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순례(7)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 수난곡

No. 8 이 향유는 나의 눈물입니다


베다니 시몬의 집에서 그의 머리에 향유를 부은 여인에게 예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에서든지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의 행한 일도 말하여 저를 기념하리라”


복음서 본문에는 예수의 말씀에 대한 여인의 반응이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칸더와 바흐는 이 부분에 알토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그 여인의 마음을 남깁니다. 알토 솔로의 서창은 코멘트 역할을 하고 있고 이어지는 아리아는 ‘기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시인과 작곡가가 이루어낸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콜라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향유는 나의 눈물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레치타티보의 첫 부분 가사를 통해 예수와의 ‘Ich und du’의 관계를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이 레치타티보 가사의 마지막 부분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So lasse mir inzwischen zu,

Von meiner Augen Tränenflüssen

Ein Wasser auf dein Haupt zu gießen.


부디 나에게 허락하소서

나의 눈에서 넘쳐흐르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을

당신의 머리에 뿌리게 하소서.


이 가사를 처음 본 순간 저는 완전 무방비상태에서 충격을 받고 왈칵 눈물을 쏟고야 말았습니다. 딱딱할 줄로만 알았던 바흐의 교회음악에 이토록 깊은 감성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종교개혁 시대의 신앙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인격적이고 감성적이고 표현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이 여인과 예수의 사랑의 관계를 몰랐기에 이 여인의 행위를 물질적으로만 해석했습니다. 우리들 역시 제자들처럼 여인이 평생 모은 전 재산이니 뭐니 하면서 이 여인이 깨뜨린 향유를 돈으로 계산하지 않았던가요? 아니면 은근히 헌금을 독려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여인의 이야기를 사용하지 않았던가요? 이 여인의 향유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발단된 회개가 마음을 찢을 때 흘러내린 진심어린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너무나 사랑해서 뿌려 준 향유였고, 자신을 친구로 대해 주었던 단 한 사람 예수를 위해 모든 계산을 뛰어 넘어 내어준 사랑의 보답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을 위해 생명을 내어 준 그 분의 사랑의 향기로 남기에 합당한 고귀한 희생이었습니다.


That’s why


문득, 자주 부르던 복음성가 한 자락이 떠오릅니다. ‘You gave me Love’라는 곡으로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라는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미국의 팝 가수 B. J. Thomas의 곡입니다. 대중적 인기의 허무함을 느낀 그가 예수를 친구로 만난 은혜를 노래한 곡이지요. 이 베다니 여인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You gave me time when no one gave me time of day

당신은 내게 시간을 내어 주셨습니다 그 아무도 내게 시간을 주지 않을 때에


You looked deep inside while the rest of the world looked away

당신은 내 마음 깊은 곳을 보셨습니다 다른 이들이 나를 외면했을 때에


You smiled at me when there were just frowns everywhere

당신은 내게 미소를 지어주셨습니다 모든 이가 나를 행해 얼굴을 찡그릴 때에


You gave me love when nobody gave me a prayer

당신은 내게 사랑을 주셨습니다 아무도 날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에


That's why I call You Saviour

그것이 바로 내가 당신을 구세주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That's why I call You Friend

그것이 바로 내가 당신을 친구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You touched my heart

당신은 내 마음을 만지셨고


You touched my soul

당신은 내 영혼을 만지셨습니다


And helped me start all over again

그리곤 내가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셨죠


That's why I love You, Jesus

그것이 바로 내가 예수님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That's why I'll always care

그것이 바로 내가 항상 간직하는 이유입니다


You gave me love when nobody gave me a prayer

당신은 내게 사랑을 주셨습니다 아무도 날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에


플롯이 흘리는 눈물방울 소리


이어지는 아리아는 두 대의 플롯이 시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바흐는 왜 이 아리아에서 플롯을 사용했을까요? 그 비밀은 가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이 아리아의 가사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마태수난곡 1부 6번

6

기도

알토

아리아

Buß und Reu

Knirscht das Sündenherz entzwei,

Daß die Tropfen meiner Zähren

Angenehme Spezerei,

Treuer Jesu, dir gebären.

참회와 후회의 마음이

죄지은 이 마음을 짓이기고 찢을 때

그렇게 떨어진 나의 눈물방울이 고여

향기로운 향유가 되었습니다.

오 신실하신 예수여, 당신께 드립니다.


그 날, 베다니 시몬의 집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전주가 흐릅니다. 아름다움과 슬픔과 거룩함이 혼재된 그 방의 공기가 아리아의 전주에 스며있는 듯합니다. 노래 중간 부분에서 ‘그렇게 떨어진 나의 눈물방울이 고여 향기로운 향유가 되었습니다/Daß die Tropfen meiner Zähren Angenehme Spezerei,’라고 노래하는 부분의 기악파트를 유심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시인의 놀라운 영감에 바흐가 더 놀라운 음악적 영감으로 화답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두 대의 플롯이 스타카토로 연주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향유와 여인의 눈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고 있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제 마태수난곡 악보에는 이 페이지 위편에 ‘아, 지고한 아름다움이여!’라는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알토아리아 악보 중 ‘나의 눈물방울이 고여 향기로운 향유가 되었습니다‘라고 노래하는 부분. 맨 위 스타카토로 표현된 부분이 플롯 파트임.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이 부분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분과의 인격적인 사랑을 체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태수난곡을 재생시켜야 할 음악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노래의 멜로디가 아름답기 때문에 텍스트와의 조화를 생각하지 못하고 이 곡을 매우 빠른 템포로 끌고 갑니다. 성악가 입장에서도 이곡은 빠른 템포가 노래하기 좋습니다. 그러나 이 곡의 핵심은 눈물방울이 한 방울 씩 떨어지는 플롯 파트입니다. 예수와 이 여인만이 알고 있는 사랑과 용서와 은혜의 관계 속에서 우러나오는 거룩함과 그 여인의 진지함과 아름다운 사랑의 동작에 압도되어 얼어 버린 제자들이 만들어 낸 적막 속에서 귀한 향유가, 회개의 눈물이 예수의 머리 위로 한 방울 한 방울 똑 똑 떨어집니다. 이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템포를 매우 늦게 잡아야 합니다. 그렇게 표현한 것은 칼리히터의 58년 음반뿐입니다. 지휘자 칼 리히터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가이며 영적 메신저였는지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아래에 소개해 드리는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노래는 원전연주로서 이 곡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대표적인 연주입니다. 원전 연주에서는 바흐시대의 전통을 따라 여성 알토 대신 남성 카운터 테너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아래에 링크한 칼 리히터의 58년 음반과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https://youtu.be/y5Xuc_Q4IW4 (안드레아스 숄이 노래하는 ‘Buß und Reu’)

https://youtu.be/8y6x1wj0bxM (칼리히터의 58년 음반, 17분27초에 시작)


첫 목회지에서 헌금 봉투를 만들어야 했을 때 마태수난곡의 이 구절을 빌렸습니다. 재생지로 만든 봉투였는데 그 앞면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이 향유는 나의 눈물 입니다”


조진호/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음악공부와 선교활동을 하였다. 바흐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솔리스트로 활동하였고 이후 국립합창단 단원을 역임하였다. 감신대 신학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의정부 낮은자리 믿음교회 담임으로 목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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