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 

약점을 어루만지시는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손을 내밀어 내 입에 대시며 내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두었노라(예레미야 1:9)

어디 그게 불쑥 튀어나온 가벼운 변명이었을까? 예레미야의 속 깊은 고뇌였을 것이다. 뼛속이 떨리는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구별하였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성별하였고, 너를 여러 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다.” 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나는 아이라 말할 줄을 알지 못합니다했던 것은.

나는 아무 것도 준비한 것이 없는데, 하나님은 나를 쓰시겠다고 하신다. 나는 대답도 한 적이 없는데, 하나님은 내가 생겨나기 전부터 나를 택하셨다고 하신다. 갑자기 뒤집히는 시간, 존재의 어지럼증, 이해와 설명이 불가능한 모순,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두렵지 않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자신을 아이라 말하는 예레미야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너는 아이라 하지 말고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가며 내가 네게 무엇을 명()하든지 너는 말할지니라 너는 그들을 인()하여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여 너를 구원(救援)하리라

아이라 하지 말라 하시면서도 아이를 달래듯 말씀하신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내가 너와 함께 하며 너를 지켜주겠다고, 어린아이를 격려하듯 말씀하신다. 말과 마음이 안쓰러움으로 기우는, 어쩔 수 없는 사랑이시다.

 


(http://www.wikiart.org/en/marc-chagall/jeremiah-received-gift-of-the-prophecy-jeremiah-i-4-10)

 

말씀만 그렇게 하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손을 내밀어 예레미야의 입에 대신다. 말을 할 줄 모른다는 그 입에 손을 대시며 말씀하신다.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두었노라

마음에 새기듯 한 마디씩 새겨 읽으면 다음과 같다.

내가 두었다, 내 말을, 네 입에!”

예레미야를 격려하기 위해 등을 두드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머리를 쓰다듬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선뜻 대답하지 않고 핑계를 대고 있는 예레미야에게 실망하여 화가 났다면 매를 드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예레미야의 입에 손을 대신다. 말을 할 줄 모른다 했던 바로 그 입을 만지신다. ‘이 입을 누가 만들었는지 아니?’ 어쩌면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마음으로 물으셨는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예레미야의 약점을, 예레미야가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의 약점을 알고 실망하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가만 어루만지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약점을 아신다. 뻔히 아신다. 우리의 약점을 몰라서 우리를 부르시는 것이 아니다. 알고 부르시고, 알기에 부르신다.

하나님의 손길이 닿음으로 우리의 약점은 도구가 된다. 우리의 약점에 하나님의 손길이 닿음으로, 우리의 약점은 하나님의 능력을 담는 그릇이 된다. 우리의 약점 위엔 하나님의 지문이 묻어 있다. 내가 잘나서 하나님의 도구가 된 것이 아님을 하나님은 우리의 뻔한 약점을 통해 각인시키신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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