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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

“작음”은 십자가의 정신이다

by 한종호 2015. 3. 11.

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6)

“작음”은 십자가의 정신이다

- 세 가지 핵심가치2 “작음” -

 

건강한 작은 교회가 지향해야 할 핵심가치 “단순함”에 이어 오늘은 “작음”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한국교회는 큰 교회를 위한, 큰 교회를 향한, 큰 교회에 의한 거대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신학교는 어떻게 하면 큰 교회를 이루고 큰 교회를 목회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출판사는 큰 교회 목사의 설교, 지향하는 신학적 가치, 사례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책들을 내고, 교단의 총회와 노회는 큰 교회 목사와 장로들이 모든 임원을 맡아 좌지우지 하고, 각종 연합기구는 큰 교회 목사들을 중심으로 큰 교회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래서 “크지 못한 교회”는 끊임없이 “큰 교회”를 지향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큰 교회가 좋은 교회, 건강한 교회라고 인식하며 크기만을 강조하면, 어느 순간 교인들은 깨닫게 된다. 크지 못한 교회, 앞으로 클 가능성도 그리 많지 않은 교회에서 고생하며 이 고생을 자녀들에게까지 물러줄 필요 없이 그냥 큰 교회로 옮겨가면 된다는 것을…. 크지 못한 교회가 큰 교회를 모델로 삼는 한 큰 교회를 찾아 수평 이동하는 교인들을 막을 논리도 이유도 없다.

 

 

사실 성경에서의 교회는 “큰 교회”와 “크지 못한 교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건강한 교회”(성경적인 교회)와 “건강하지 않은 교회”(세속적인 교회)가 존재한다. 세속적인 교회는 세속적 가치를 따라 성경적 가르침을 쫒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왜곡하고 배반한다. 그렇다면 세속적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은 성공, 번영, 성장이다. “맘몬”으로 대표되는 돈, 명예, 권력이다. 육신의 정욕이며, 안목의 정욕이고, 이생의 자랑이다. 마귀가 광야에서 예수님을 유혹했던 것들이다. 예수님은 이것들을 물리치심으로 “하나님의 아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고,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따라야할 가치를 가르쳐 주셨다.

성경적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려놓음, 비움, 낮아짐, 작음 등이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끊임없이 내려놓고, 비우고, 낮아지고, 작아지는 교회는 의도적으로 “건강한 작은 교회”를 지향한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큰 교회도 건강할 수 있다. 작은 교회라고 다 건강하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작은 교회가 다 건강하지 않다. 크기는 작지만 “크지 못한 교회”라는 인식 속에 “큰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일 뿐이다. 그런데 큰 교회 중에 건강한 교회가 정말로 존재할까? 큰 교회도 건강할 수 있다는 말 뒤에는 큰 교회를 지향하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작다”는 것은 단지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본질의 문제이다. 중세시대 번영, 성공, 승리를 추구하던 ‘로마 가톨릭’에 맞서 종교개혁을 일으킨 자들은 내려놓은, 비움, 나눔의 정신 즉 “십자가의 정신”으로 새로운 교회를 시작했다. 작음은 바로 십자가를 따르는 지향이며 본질적 가치이다. 예수님은 자신을 따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돌아보시며 자신을 따르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말씀하셨다. 성공, 승리, 번영을 기대하며 따르던 많은 사람들은 자기 길로 돌아갔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 크지 못해서 작은 교회가 아니라 건강한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올바른 정신과 가치를 따라 작음 그 자체로 행복하고, 그 자체로 감사한 그런 교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게으르거나 지지리 궁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작은 교회는 한 교회를 “더 크게”, “더 호화롭게”, “더 영향력 있게” 하기 위해 성장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회로 “더 넓게” 성장하는 그런 교회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일정 수에 이르면 “분립/분가”를 통해 나누어야 한다. 교구제, 각종 작은 소그룹을 만들어 대형교회 안에 부목사, 전도사 등 전임사역자를 끝없이 두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교구가 교회가 되도록 분립하고, 소그룹이 교회가 되도록 분립하는 것이다.

교회는 원래 한 교회가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분립/분가를 통해 “더 넓게” 성장해왔다. 그런데 대형교회가 브랜드교회가 등장하면서 이런 좋고 바른 전통을 훼손한 것이다. 작음을 지향할 때 교회의 공동체성도 살고 공교회성도 회복될 것이다.

이진오/더함공동체교회 목사, 교회2.0목회자운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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