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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

유대인의 유월절(2)

by 한종호 2015. 4. 3.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8)

 

유대인의 유월절(2)

 

당시 우리 가족은 예루살렘 선지자 거리에 있는 유대인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아내는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돕고 있었는데, 그 교회의 골드베르그(Goldberg) 장로님이 우리를 유월절 식사에 초대하였다. 우리 옆 동에 살던 그는 경건한 유대인으로서 특히 열정적인 설교가 인상적인 분이셨다. 그의 집에 도착하니 모든 식구들이 모여 잔치 분위기였다. 식사 전에 그는 나에게 키파를 쓰게 했다. 이 유월절 식사를 ‘쌔데르’ 또는 ‘하가다’라고 부르며, 유월절 명절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 그날 경험했던 유월절 식사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유월절 식사

 

유월절 식사는 보통 가장이 인도한다. 유월절에는 여섯 가지의 특별한 음식들이 준비된다. 정강이 뼈, 삶은 달걀, 쓴 나물(양고추냉이,horseradish), 파슬리(parseley)나 샐러리(celery) 혹은 양상추, 소금물, 하로셋 등의 음식이다.유대인들은 쓴 나물(양고추냉이)을 먹으며 이집트에서 그들의 선조들이 겪었던 노예 생활의 고역을 기억한다. 하로셋은 사과에 호두나 잣 등을 으깬 것에 꿀, 포도주 등을 붓고 계피 등을 섞어 만든 고추장 비슷한 양념장의 일종이다. 색깔은 보통 황갈색이다. 하로셋이란 말의 어원은 분명치 않으나 학자들에 따라서는 진흙을 뜻하는 ‘하르씨트’라는 말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하로셋의 색깔이 진흙과 같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이집트에서 진흙으로 벽돌을 굽던 노예 생활을 기억하기 위해 쓴 나물을 하로셋에 찍어 먹는 것이다. 정강이뼈와 삶은 달걀은 제2성전이 파괴된 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며, 이 음식을 먹으면서 성전에서 행하던 희생 제사를 기억한다. 소금물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흘렸던 눈물을 상징한다. 파슬리나 셀러리, 양상추 등은 봄이 왔다는 의미에서 생명을 상징하며,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의 기쁨과 축복을 의미한다.

 

마짜(무교병)

 

유월절 음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짜’이다. 무교병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날 때 급히 떠났기 때문에 발효시키지 못한 채 들고 나왔다는, 출애굽의 긴박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음식이다. 그러므로 마짜(무교병)는 유월절 식탁에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유월절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유월절 식탁에는 각자의 접시마다 보통 마짜 세 개를 포개어 올려놓고 냅킨으로 덮어 놓는다. 마짜에는 두 종류가 있다. 유월절 첫날 저녁에 먹는 유월절 식탁을 위한 마짜와 유월절이 끝나기까지 일주일간 평소에 먹는 보통 마짜이다. 유월절 첫날 저녁에 쓰기 위하여 만든 마짜를 가리켜 ‘계약의 마짜’(마짜 쉘 미쯔바)라고 한다.

 

고대의 마짜는 꽤 두꺼웠다. 탈무드 시대에는 마짜의 두께가 네 손가락 두께를 넘어도 되느냐 안 되느냐의 논쟁이 있었다. 당시에는 마짜를 만들기 위해서 세 사람의 여자가 동반되었다. 한 사람은 반죽하고, 한 사람은 마짜의 모양을 만들고, 나머지 한 사람은 굽는 일을 했다. 중세기에는 마짜의 두께가 손가락 하나 이하 정도로 얇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짜는 점점 얇아지고 바삭바삭해져서 최근에는 얇은 비스킷만큼의 두께로 되었다. 오늘날은 기계로 대량생산하여 어느 슈퍼마켓에서나 살 수 있으며, 보통 책받침 정도의 크기이다. 마짜는 밀가루로 만든다. 그러나 유대 종파 중 신비파에 속하는 캐라이트 유대인들이나 일부 정통파 유대인들은 보릿가루를 고집한다. 보릿가루로 만든 마짜는 밀가루 마짜보다도 더 맛이 떨어진다. 마짜를 고난의 떡으로 이해하는 그들은 보릿가루로 만든 마짜를 고집한다.

 

 

 

 

식사의 순서

 

식사의 순서는 이스라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과거의 고난과 슬픔을 기억하고, 현재의 축복을 감사하며, 미래의 소망을 기원하는 순서다.

 

첫 번째 컵에 포도주를 따른 후 인도자가 쎄데르에 적혀있는 축복문을 낭송함으로 유월절이 온 것을 축복한다. 축복이 끝나면 각자 부엌이나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은 후, 파슬리나 샐러리 혹은 양상추를 소금물에 찍어 먹는다. 야채는 새봄의 새로운 생명을 상징하고 소금물은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흘린 눈물을 상징한다. 다음에 마짜를 손으로 부러뜨린다.

 

세 개의 마짜를 포개서 쥔 다음 가운데를 잘라 접시에 내려 놓는다. 첫 번째 컵의 포도주를 마시고 빈 컵에 다시 포도주를 채워 놓는다.

 

과거를 기억하며

 

유월절 식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순서는 출애굽 사건을 재현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아버지(인도자)가 답변하는 형식을 따른다. 전통에 따라 가장 어린 자녀부터 네 개의 질문을 던진다. 이는 성경이 출애굽기에서 세 번, 신명기에서 한 번 등 모두 네 번에 걸쳐서 아버지는 반드시 그의 자녀들에게 출애굽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라고 명령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들은 이스라엘의 과거를 기억하도록 고안된 것들이다.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왜 이 밤에 우리는 마짜를 먹습니까? 둘째, 왜 이 밤에 우리는 쓴 나물을 먹습니까? 셋째, 왜 우리는 이 밤에 파슬리를 소금물에 두 번 찍어 먹습니까? 또 쓴 나물을 왜 하로셋에 쩍어 먹습니까? 넷째, 왜 우리는 유월절 음식을 뒤로 비스듬히 기대어 먹습니까?

 

이 질문에 대답하며 인도자(아버지)는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하여 경험했던 일들을 이야기로 재현한다. 인도자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날 때 급하게 무교병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설명한다. 또한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의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하여 쓴 나물을 먹는다고 설명하며, 이집트에서 흘린 눈물을 기억하여 소금물에 파슬리를 찍어 먹는다고 설명한다. 이제는 자유로운 백성으로서 뒤로 기대어 먹어도 될 만큼 여유와 기쁨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뒤로 기대어 편히 음식을 먹는다고 설명한다.

 

이때 인도자를 위한 베개가 준비되며, 인도자는 의자 뒤에 베개를 받치고 편안한 자세로 음식을 먹으면서 출애굽 역사를 이야기를 통하여 재현한다. 인도자가 베개를 베는 이유는 이제는 옛날같이 노예가 아니고 자유인으로서 편안히 자유를 누린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재미있는 것은 열 가지 재앙에 대한 관습이다. 인도자(아버지)가 이집트에 임했던 열 가지 재앙에 관한 이야기를 재현할 때 식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약간의 포도주를 입에 머금고 있다가 재앙의 이름이 나올 때 마다 준비된 그릇에 뱉어 낸다. 이와 같은 일은 유대의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출애굽은 3,500년 전의 사건이다. 그러나 이 과거의 사건은 유월절 식사를 통하여 현재의 유대인들에게 늘 새로운 현재의 출애굽으로 경험된다,

 

모든 식구들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그들에게 베푸신 이적과 기사를 찬양하며 ‘다에누’라는 노래를 합창한다. 어린이들은 신나는 곡조와 간단한 가사 때문에 특별히 이 노래를 좋아한다. “그가 우리를 애굽에서 불러내신 것만으로도 얼마나 충족한가!”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노래가 끝나면 포도주를 마신다. 이것이 두 번째 잔이다.

 

 

 

 

현재를 축복하며

 

유월절의 음식과 마짜(무교병)를 위하여 축복기도를 올린다. 먼저 쓴 나물을 먹는다. 이때 쓴 나물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을 기억하기 위하여 먹는 것이므로 뒤로 비스듬히 기대어 먹지 않고 똑바로 앉아서 먹어야 한다. 쓴 나물은 달콤하고 고소한 하로셋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이와 같은 관습은 과거에는 쓰디쓴 노예 생활을 했으나 오늘은 하나님의 은혜로 달콤하고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을 상징한다. 쓴 시절이 지나 달콤한 시절이 왔다는 것이다.

 

다음은 쓴 나물을 마짜(무교병) 사이에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이 샌드위치를 가리켜 ‘힐렐 샌드위치’라고 부른다. 마짜(무교병)는 발효가 안 되었기 때문에 아주 맛이 없는 음식이다. 이렇게 맛이 없는 마짜 사이에 쓴 나물을 넣어 먹으면 얼마나 맛이 없을까 상상해 보라. 유대인들은 이와 같이 유월절의 맛있는 메인 디쉬 전에 맛없고 쓰디쓴 힐렐 샌드위치를 먼저 먹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있을 때 얼마나 쓰디쓴 인생을 살았으며 못 먹고 살았는가를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힐렐 샌드위치를 먹고 나면 특별히 맛있게 준비된 유대인 최고의 요리인 유월절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음식을 다 먹은 후 아피코만을 후식으로 먹는다.

 

아피코만

 

이미 위에 기술한 대로 유월절 식사가 시작될 때 모든 사람을 마짜 세 개를 포개어 손으로 쥔 다음 가운데를 부러뜨려 자른다. 이때 부러진 마짜의 큰 쪽을 아피코만 이라고 부른다. 이 아피코만을 메인 디쉬가 끝날 때까지 먹지 않고 보관했다가 후식으로 먹는다. 그런데 아피코만에는 재미있는 관습이 있다. 누구든지 상대방의 아피코만을 훔칠 수 있다. 특별히 아이들은 아버지(인도자)의 아피코만을 훔치려고 노력한다. 잃어버린 아피코만을 다시 찾으려면 무엇인가 보상해야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은 아버지의 아피코만을 훔쳤다가 아버지가 자기의 아피코만을 찾을 때 선물을 요구한다. 아버지는 선물을 약속하고서야 자기의 아피코만을 찾아 갈 수 있다. 따라서 마짜(무교병)를 부러뜨린 후 모든 사람은 자기의 마짜(무교병)를 남이 못 보는 곳에 숨기고자 애쓴다. 보통은 손 씻으러 갈 때 다른 사람의 아피코만을 훔친다. 오랜 시간 진행되는 유월절 식사 의식이 어린아이들에게는 지루 할 수 있으나, 이와 같은 관습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뿐 아니라 좋은 추억거리를 제공한다.

 

미쉬나에 보면, 유월절 식사 후에는 아피코만을 남기지 말라고 기록되어 있다. 왜냐하면 유월절 밤에 마지막으로 먹는 음식을 반드시 유월절에 제물로 바친 희생양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성전이 파괴된 후 더 이상 성전에서 양을 제물로 바치는 일은 없어졌다. 자연히 제물로 바친 양을 먹는 일도 없어졌다. 성전 시대에는 제물로 바친 유월절 양을 마지막 음식으로 먹었으나 오늘날은 아피코만이 마지막 음식이 되었다. 그러므로 성전이 파괴된 후 아피코만은 성전에 바쳤던 희생양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오늘날 유대인들은 유월절에 아피코만을 먹으며 성전에 제물로 바쳤던 희생양을 기억한다.

 

그 밖에도 아피코만과 관련된 관습이 많이 있다. 아피코만에 구멍을 뚫어 집이나 회당에 매달아 놓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여행시 휴대하고 다닌다. 아피코만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로코나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들은 아피코만을 냅킨에 싸서 어깨에 올려놓고 출애굽 당시 무교병을 나르던 모습을 재현한다.

 

집주인이 아피코만을 어깨에 올려놓고 4미터 정도 앞으로 가면 “당신은 어디에서 오늘 길입니까?”라고 한 사람이 묻는다. 그는 “이집트에서 오는 길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라고 다시 물으면, 집주인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이때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은 “내년에 모두 예루살렘에서 축하합시다”라고 화답한다. 디아스포라에 살며 예루살렘을 그리는 유대인들에게는 특별히 의미 있는 관습이다.

 

아피코만을 먹으며 유월절 식사가 끝난다. 인도자가 음식에 대한 감사, 축복기도를 올린 후에 모든 사람을 세 번째 컵의 포도주를 마신다.

 

미래를 바라보며

 

식사가 끝나면 문을 열어 놓는다. 준비된 엘리야의 컵에 인도자가 포도주를 채우고 나면 모든 사람은, “이 일이 필요한지 안 필요한지는 그(엘리야)가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때 유대인들은 엘리야가 들어와 메시아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선포하기를 기다린다.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오시기 전에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고 메시아의 도래를 선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은 어떤 문제를 논의하다가 해결책이 없으면 흔히 “엘리야의 결정에 맡기자”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함께 ‘엘리야 후 하나비’(선지자 엘리야)라는 노래를 부른다. 유대인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메시아가 이 땅에 옴으로써 온 인류에게 궁극적인 평화와 자유가 임하기를 기도한다.

 

잠시 엘리야가 들어오기를 기다린 후 유대인들은 감사와 찬양의 시를 낭송하고, 유대인 특유의 노래들을 몇 곡 더 부른다. ‘레샤나 하바아 베루샬라임’(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이라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모든 유월절 식사 의식을 끝맺는다. 디아스포라에 사는 유대인들은 매년 유월절마다 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 유월절을 지키자는 그들의 꿈을 이 노래를 통하여 표현해 왔다.

 

최명덕/건국대학교 교수, 조치원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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