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16)

 

내가 누구지?

 

 

“인자는 마땅히 많은 고난을 겪고… 죽임을 당해야 합니다…. 누가 내 뒤를 따르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합니다”(마가복음 8:27-35).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합디까?”

“체제에 도전하다 헤롯의 손에 목잘려 죽은 세례자 요한 같다고 하고,

통일 통일하는 엘리야 같다고 하고,

좌경용공의 예언자 그러니까 요새말로 종북세력이라고도 합디다.”

 

나사렛 사람은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았나 보다. 갈릴리 출신인 그는 예루살렘 언론 그 어느 하나에도 호감을 못 사 집중포화를 맞던 참이었다. 그 때는 <한겨레신문>이나 기독교 방송도 없던 시절이니까.

 

“그러면 여러분은 나를 누구라고 하겠습니까?”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제자들은 난처한 기색이었다. 솔직하게 말해 이분이 누구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는 수 없이 반장이 나서 정답을 말한다.

 

“선생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말이 누가복음 9장 20절에는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로 발전하고, 마태복음 16장 16절에 가면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로 확대된다. 원래 뉴스는 확대되기 마련이니까.

 

 


"V&A - Raphael, Christ's Charge to Peter (1515)", Wikimedia Commons.

 


곧 이은 스승의 질문이 그들을 더욱 난감하게 만든다.

 

“내가 그리스도임을 무엇으로 압니까?”

 

한참 있다가 제자들이 다투어 손을 들었다.

 

“니고데모 같은 청와대 인물도 감복시키시는 선생님의 고매하신 인품.”

“바리사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신 언변.”

“마귀까지 쫓아내시는 위력.”

“물위도 걸어가시는 마력.”

“4천명을 먹이신 경제적 수완.”

“마리아님의 태몽 얘기로 말할 것 같으면….”

 

스승이 그들의 말을 가로막는다.

 

“다 틀렸습니다!”

 

제자들은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십자가를 지기 때문에 그리스도입니다!”

“예? 뭐라구요?”

“인자는 마땅히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제관들과 율사들에게 버림을 받아 죽임을 당해야 합니다.”

 

제자들은 이 불길한 말씀에 쇼크를 받아 넋을 잃었다. 이것은 스승의 신상문제만 아니고 자기들의 장래 문제였다. 줄을 잘못 섰구나!

 

“그리고 나는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는 다음 말씀은 제자들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십자가! 정말 그리스도를 알아 볼 수 있는 표다! 그리스도의 제자를 알아보게 하는 표다!

 

“누가 내 뒤를 따르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합니다.”

 

언젠가 악마가 다가와서 예수에게 협상을 제시했었다.

 

“저 모든 권세와 나라들의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저것은 내게 넘겨진 것이니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소. 그러니 당신이 내 앞에 엎드려 절하면 모두 당신의 차지가 될 것이오”(누가복음 4:6-7).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권세와 영광을 받은 자들은(그리스도인이라 불리더라도) 적어도 그리스도를 뒤따르지 않는다. 악마에게 넘겨진 세속의 영광이 지금은 관훈클럽이니 여의도클럽에서 주어지고, 텔레비전의 톱뉴스로, 보수언론의 1면 톱기사나 특별기자회견으로 나타난다.

 

거짓과 증오와 분단을 “사랑할 이유가 있으면, 사랑하는 대상에게 유리한 거짓된 이야기를 사람들은 기꺼이 믿는다”(아우구스티누스). 더군다나 하느님의 가난한 사람을, 그들을 위하는 작은 예언자를 옹호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몰살시키는 데 앞장서면서 권세와 영광을 누리는 자가 있다면, 이는 분명히 사탄에게 절하고 받은 권세와 영광이다!

 

“그러나 인자는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

 

안중근(토마)을 위시해 한국사의 의인들은 부활했다. 그 대신 겨레를 등지고 체제의 앞잡이가 된 이들은 반드시 역사의 단죄를 받는다. 다만 그때까지 사흘(3년, 30년, 아니면 300년….)이 걸릴 뿐이다.

 

성염/전 바티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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