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18)

 

산 사람의 눈과 송장의 눈

 

 

“지키던 자들은 천사를 보고 두려워 떨다가 마치 죽은 사람처럼 되었다. 그러자 천사가 입을 열어 여자들에게 말했다”(마태복음 28:1-10).

 

주님이 부활하셨다! 엊그제 골고다 형장에서 처형당하고 매장 당했던 그분이 다시 살아나셨다! 생사람을 죽이고 송장마저 무서워 무덤에 보초를 세운 사람들! 그러나 무덤을 막았던 돌은 사라지고 무덤은 텅 비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수를 썼다. 경비원을 매수하고, 제자들이 밤중 몰래 스승의 시신을 약탈했을 것이라는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들!(마태복음 28:11-15) 그들은 다 어디 갔을까? 그들은 무덤 속에 있고 그들이 묻은 죄수는 2천 년을 살고 계신다. 2천 년 전에 부활하시어 지금도 살아 계신다!

 

내 사랑하는 사람도, 나도 죽는다. 그는 그리고 나는 언제 부활하는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했다는 1999년 8월 15일? 2015년 12월 31일 밤 12시? 반 만 년 후? 이미 지나간 우주의 역사가 150억 년이라니 앞으로 150억 년 후? 어휴, 길기도 해라!

 

 

 

 

교리에 따르면 사람은 영과 육으로 되어 있다 한다. 위력적이고 자유로운 정신과 물질의 결합체, 간단히 말해 사람은 ‘육화한 인격’이다. 그러니 육신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영혼만 빠져 나와 연옥이니 천당이니 지옥이니 하는 곳에서 벌을 받거나 복을 받는다는 것은 우스운 얘기다. 육신도 없는 영혼이 지옥에 가서 지옥불에 들볶인다는 설명도 억지 같다. 영원만이 있는 하느님 대전에서 영혼이 공심판 날짜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기이하다. 차라리 약간 성급한 신학자들 추측대로, 사람들 각자 죽음의 순간에 부활이 일어난다는 설명이 더 무난하게 들린다.

 

그러면 죽은 이들은 어떤 육체와 결합하나? 부활한 이들이 왜 우리한테는 안 나타나나? 부질없는 물음이다. 부활한 예수님의 몸도 ‘믿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대제관, 바리사이파, 무덤을 지키던 경비대원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다만 마태가 오보를 전한 것이 아니라면(마태복음 27:52-53), 예수께서 숨지시던 순간 “무덤들이 열리고 잠들었던 성인들의 많은 육신들이 부활하였다.” 그리고 예수께서 부활하시는 시각까지 참았다가 “그들은 무덤에서 나와 거룩한 도성에 들어가서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났다.” 저 성인들이 좀비(무덤에서 나와 돌아다닌다는 송장)가 아닌 이상, 부활은 우주 최후의 날까지 미루어질 필요가 없는 듯하다.

 

대제사장도 바리새파도 빌라도의 염탐군도 부활하신 예수를 보지 못했다. 그들 눈에는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는 맹랑한 소리를 시부렁거리고 다니는 실성한 갈릴리 사람들이 보였을 뿐이다. 미친놈이라고 죽여도 죽여도 씨가 마르지 않는, 사랑이니 정의니 하느님 나라니 외치고 몸 바치다 나사렛 사람 예수처럼 십자가에 매달리는 고약한 무리만이 보였을 따름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청계천에서 분신자살한 다음, 그의 귀신은 무수한 의인과 노동자에게 씌워져 이 나라 역사가 바뀌었다. 세상을 뜬 통일 영감 문익환 목사는 원래 정치와 거리가 먼 학자였다. 데모하느라 숙제 못하는 학생에게 가차 없이 낙제점을 주었고, 동료 교수들의 사회 참여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죽마고우 장준하 선생의 싸늘한 시체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삶은 독재와 불의와 분단을 향해 내닫는 야생마의 질주로 변한다. 장준하 선생이 죽고 문익환 목사로 새로 부활한 셈이다.

 

과연 주님의 부활이든, 나의 부활이든, 겨레의 부활이든, 부활을 보려면 별다른 눈이 필요하다. 죽어서 묻힌 사람이 살아서 돌아다니는 모습은 '심안(心眼)'을 지닌 신앙인 아니면 볼 수 없다. 미래의 희망을 위해 민중을 위해 숨져 간 사람은 역사의 지평에 시선을 멈추고 죽어 간다. 대신 지금도 하느님의 정의를 외치는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고 지하에 매장하는 자들, 그것도 성에 안차 무덤에 보초를 세우고 헛소문을 퍼뜨리는 자들, 그들은 송장의 눈을 하고 있다.

 

성염/전 바티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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