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석의 금서 읽기(1)

 

다시, 금서를 꺼내 읽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먹지 말라고 하는 건, 두 말하면 입만 아프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은가. 금지된 것은 늘 그 너머의 일이 궁금한 법이다. 오죽하면 양귀자의 소설 제목이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었을까. 내게는 책이 그랬다. 읽지 말라고 한 책이 한사코 읽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당시 <선데이 서울>의 인기를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지금처럼 많은 잡지들이 쏟아지던 때가 아니어서 그랬지만 <선데이 서울>은 젊은, 아니 모든 남성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잡지였다. 지금이야 공중파에서도 걸그룹 멤버들의 치마를 들춰내는 세상이지만 1980년대는 이런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온갖 자극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선데이 서울>의 인기를 상종가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핫한 사진이라고 해봐야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한 탤런트의 전신 브로마이드가 전부였지만, 당시로서는 그것도 파격적이었다. 졸저 <금서의 재탄생>의 한 대목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딱 한 번, 대학생 형의 심부름을 핑계로 <선데이 서울> 한 권을 사들고 집으로 내달린 적도 있다. 낮은 천장에 도배도 되지 않은, 그저 집안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다락방으로 달려가 한참을 읽었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숨겨 놓은 곳은 많았다. 낡은 옷가지 사이도 좋았고, 한 귀퉁이에 쌓여 있는 책들 틈에 넣어 두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 잡지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은 평범해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파란색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브로마이드를 찍은 탤런트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칼 마르크스 동상 (출처: doratagold (http://www.flickr.com/photos/elidorata)

 

 

 

<선데이 서울>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금서 읽기 역사는 오래 지속되었다. 이미 여러 매체에 썼지만 군대에서는 태백산맥자본을 읽었고, 몇 해 전 불온서적을 지정하고 널리 홍보까지 한 국방부 덕에 미처 읽어보지 못했던 책들을 찾아 헌책방 순례도 했다. 읽었으면 써야 하는 법. 이젠 그간 읽은 금서를 써내는 것으로 금서와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한다.

 

두 가지 관점에서 연재를 병행하고자 한다. 하나는 금서를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글이다. 정치와 종교, 성담론, 이 모든 현상을 아우르며 드러난 한국의 금서 현상을 분석한 글을 큰 축으로 삼고자 한다. 선지자들이라 칭해도 좋은 금서의 저자들이 박해와 수난을 당하며 남긴 위대한 유산들은 결국 오늘 우리 시대의 문제와 잇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각 권 금서가 가진 당대의 영향력과 그것이 오늘 우리 사회에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풀어보고자 한다. 특히 문학 작품, 그중 19세기 말 20세기 초반 다양한 형태로 금서가 되었던 영미소설을 중심으로 산업화와 인간 파멸로 이어지는 근현대성의 이면을 짚어보려고 한다.

 

특별한 것도 없는 글을 쓰려고 하면서 거창한 출사표 하나를 던진다. 모쪼록 쉼 없이 달려갈 수 있도록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

 

 

장동석/<기획회의>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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