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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

설거지를 명상으로 바꿀 수 있는가

by 한종호 2015. 6. 13.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3)

 

설거지를 명상으로 바꿀 수 있는가

 

 

내적인 행위가 크면 외적인 행위도 크고,

안이 보잘 것 없으면 바깥도 보잘 것 없습니다.

내적인 행위는 자체적으로 크기와 폭과 길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내적인 행위는 하나님의 심장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합니다.

 

슈멜케 폰 니콜스부어크라는 이름의 랍비에게 어느 제자가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잘 섬길 수 있겠습니까?”

 

스승은 그 제자를 여인숙을 운명하고 있는 아브라함 하임이라는 또 다른 랍비에게 보냈다. 아브라함 하임이야말로 현명하고 거룩한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

 

제자는 그 여인숙을 찾아가서 방을 하나 잡고 여러 주일을 머물렀다. 그리고는 이 스승의 비밀이 무엇인지, 그 흔적이라도 잡아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아무런 특별한 것도 감지할 수 없었다. 그가 본 것은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는 그런 여인숙에서 일어나게 마련인 너무도 평범한 일들을 하나씩 처리할 뿐이었다.

 

 

 

 

마침내 그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랍비 아브라함 하임에게, 도대체 스승님은 온종일 무슨 일을 그렇게 하시느냐고 물었다. 랍비가 대답했다.

 

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식기들을 항상 깨끗하게 닦는 거라네.”

 

제자가 놀라워하며 물었다.

 

그게 다입니까?”

그렇다네. 그게 전부야.”

 

여인숙 주인이 대답했다. 제자는 실망을 금치 못하며 자기 스승에게로 돌아가 자신이 겪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그러자 슈멜케 랍비가 그에게 말했다.

 

이젠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알았구먼.”

 

로렌츠 마티의 <수상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제자의 기대, 무언가 영적인 것을 기대한 것이 그에게 장애가 되어 아브라함 랍비의 평범함 속에 감춰진 거룩한 삶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어떻게 평범한 삶의 움직임이 거룩한 의식으로 변하고, 설거지라는 일 자체가 명상으로 바뀌는지!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우리의 행위가 누구에게 보여주려 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내적인 간절함에서 비롯된 행위라면, 그것은 곧 하나님의 심장에서 비롯된 행위일 것이다.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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