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일의 공동체, 하나님 나라의 현실(25)

 

메르스 정국에 띄우는 목회서신

 

 

공동체는 특별한 6월을 보냈습니다. 함께 함의 기쁨으로 충만했던 모든 모임을 중지하고, 홀로 하나님과 대면하는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아래는 지체들에게 보낸 ‘메르스 정국에 띄우는 목회서신’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지체들의 얼굴을 참으로 오랜 시간 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 커가는 어린 생명들의 모습도 보고 싶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지체들의 그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도 어서 보고 싶습니다. 밀알-규준을 통해 우리에게 찾아온 주휘와의 첫 만남도 참으로 간절하게 고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두 주에 걸쳐 홀로 그러나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늘 자주 모여 밥을 먹고, 세미나를 하고, 운동을 하였던 우리들이 한 동네에 살고 있지만 철저하게 단절된 채, 이주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은, 함께 함의 은총이 얼마나 크고 깊은가를 뼈속 깊이 절감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결코 자연스러운 것도, 당연한 것도 아닌 크신 은혜임을 온 몸 다해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홀로 그러나 함께 예배를 드린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메르스 감염 차단 노력에 함께 협력하는 뜻이었으며 또 하나는, 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상황 속에서 우리가 더욱 하나님의 뜻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한국사회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부터 시작해 뉴타운 이슈, 용산참사, 4대강 사업,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  밀양송전탑, 강정해군기지건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연이은 죽음, 세월호 사건에 이어 메르스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끊임없이 우리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임과 동시에 주의 백성 된 우리가 더욱 깨어 주의 자녀로서 합당한 책임을 감당하고 살아 갈 것을 경고하는 것이며,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해서는 이웃을 외면한 나 중심의 삶을 돌이키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절박하게 응답해야 할 강력한 요청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 지체가 직접 연관될 수 있는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이 시기 우리 지체가 있는 군부대 기지에 탄저균이 반입된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 깨어 기도해야 함을 각성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하던 대로 살아가는 습관에서 벗어나 언제나 새롭게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응답할 준비를 하며 즉각 반응할 줄 아는 주님의 백성으로 매순간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가 이 주간에 걸쳐 각 처에서 따로 예배드렸던 것은 바로 그러한 우리의 간절함과 고백의 표현이었습니다.

 

이 네 번의 주일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주의 이름을 부르짖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어린아이로 책임 지지 않고 살아왔는지 처절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무책임하게 살아왔는지, 여전히 책임지고 살려 하지 않는 우리의 완고함과 무능력함을 뼈저리게 통감하였습니다.

 

또한, 이 모든 시간들을 통해 우리가 진정 책임질 수 있는 자로 거듭날 것을 요청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뜻과 손길을 느꼈습니다. 이 시간 우리는 한국 사회의 난관과 고통을 통해 우리로 더욱 깨어 살아갈 것을 요청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의 뜻을 존재 안에 깊이 각인시켜야 합니다.

 

6월 한 달 우리는 평상시처럼 함께 모여 예배하지 않고 각 처에서 홀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만남의 기쁨을 절제하고 철저히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시간을 갖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의 예배를 죽은 예배가 되게 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땅에 떨어지게 만든 우리의 악하고 게으름을 하나님 앞에서 깊이 회개하며 돌이키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의 각자의 삶을 더욱 근원적으로 성찰하여 하나님께서 우리를 백성 삼아 주신 그 은혜와 은총의 무게에 더욱 합당히 반응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홀로 예배드리는 시간들을 통해 우리가 한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특별히 이 시간, 죽음의 기운이 뒤덮고 있는 한국 사회에 생명을 일으키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절절한 뜻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응답하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이 한반도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세상 권세가 가하는 수많은 위협들이 하나님의 지략과 말씀 앞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합심하여 간절히 기도합시다.

 

이 땅을 새롭게 하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많은 이들이 일어나게 하여 주시고 하나님의 편에 선 모든 이들이 죽음의 권세에 맞서 생명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더욱 간절히, 더욱 뜨겁게 기도합시다. 주께서 맡기신 그 책임에 있어서 제사장으로서,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진중한 성찰을 통해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은총이 임하기를, 그리하여 더욱 신명나고 더욱 진실된 걸음을 내딛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함께 두려움과 떨림으로 주님 앞에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진일/가향공동체 목사, 하나님 나라 신학 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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