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6)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영혼이 준비가 되어 있기만 하다면

성령이 그 영혼을

자신의 근원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어느 해인가, 새해 벽두에 귀인을 맞이한 적이 있다. 겨우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우리는 의기가 통해 곧 벗이 되었다.

 

국전 심사까지 한 널리 알려진 서예가인데, 그는 자기 글씨체를 ‘막가파체’라고 부르며 파격을 즐기는 위인이다. 햇닢, 무아 등의 여러 아호를 가진 그는 허름한 바랑에 한지와 붓과 먹과 낙관과 인주까지 싸 짊어지고 다닌다.

 

그는 청하지도 않았는데, 소위 ‘신년축시’를 써주고 가겠다며 시를 내놓으란다. 나는 내 시 가운데서 비교적 짧은 ‘쥐코밥상’이란 시를 내주었더니, 이내 붓을 들고 한바탕 묵희(墨戱)를 즐긴다.

 

 

 

 

시를 써서 벽에 붙여 놓은 뒤 우리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가 문득 함께 앉아 있던 일행에게 예의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요?”

 

어떤 이가 대답했다.

 

“하나님에게로요.”

 

“에이, 그건 너무 진부하고!”

 

“천국을 가든지 지옥을 가든지 하겠지요!”

 

“그것도 진부하고!”

 

진부하다는 말에 아무도 대답을 않고 있으니까, 그가 입을 열어 말한다.

 

“에이, 그것도 몰라? 사람이 죽으면 ‘사랑하는 이의 가슴’으로 가지!”

 

나는 그것도 진부하다고 말하려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가 구사하는 은유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떠신가? 죽어서 돌아갈 사랑하는 이의 가슴이 있는가?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설렘이 있는가?

 

고진하/시인, 한 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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