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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두런두런'

그럴 수 있다면

by 한종호 2015. 7. 7.

한희철의 두런두런(24)

 

이불 말리듯

 

 

예배당 옆 영안아파트

후문 담장을 따라 누군가 이불을 널어 말리는데

한낮의 볕이 이불 위에 맘껏 머문다

지나가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것은

마음 널어 말릴 곳 보이지 않기 때문

눅눅한 마음 지울 곳 보이지 않기 때문

눈부신 볕에 온몸을 맡기고 단잠에 빠진 이불을 두고

 

 

그럴 수 있다면

 

너희들 이름 하나에 별 하나씩을 바꿔

이름 하나 부르는데 별 하나 사라지고

기억 하나 붙잡는데 별자리 하나 지워진다 해도

그러느라 우리 어둠에 갇히고

어둠 속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해도

그 어둠 견뎌야 하리

그 울음 울어야 하리

그래야 칠흑 같은 어둠 속 빛 다시 스밀 터이니

스민 빛 별자리로 모여

비로소 끊긴 길 이을 터이니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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