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9)

 

인간이 꿀벌처럼만 산다면

 

 

피조물 안에 있는 선(善),

피조물의 꿀 같은 달콤함은

모두 하나님 안에서 모아집니다.

 

친구시인 가운데 양봉을 하는 이가 있다. 그는 꿀벌의 생리를 잘 알 뿐만 아니라 꿀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꽃 피는 식물에 대해서도 잘 안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사람이 꿀벌처럼만 산다면 세상이 오늘날처럼 망가지지는 않을 겁니다.”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말이오?”

 

“제가 늘 산 가까이 살면서 보는데, 도시 아줌마들이 봄에 산나물을 캐러 오면 아예 산나물 종자까지 작살을 내고 갑니다. 꿀벌을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꿀벌은 꽃에 앉아 꿀을 따면서도 꽃을 해치지 않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취하면서도 상대에게 유익을 끼치는 꿀벌이야말로 인간보다 훨씬 낫지요. 인간이 꿀벌처럼만 산다면…”

 

그렇다. 이런 꿀벌의 아름다운 존재양식이야말로 꿀처럼 달콤하고 향기롭지 않은가. 꿀벌이야말로 다른 피조물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잃어버린 우리 인간의 스승이다. 나를 이롭게 하면서 다른 존재도 이롭게 하는 이런 자비의 존재양식이야말로 위기에 처한 지구공동체를 살리는 위대한 지혜가 아닐는지.

 

 

 

이 뿐인가 엑카르트는 이렇게 덧붙인다.

 

여러분이 위로받고자 하거든,

더 나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잊어버리고,

더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기억하십시오.

 

꽃들이 향기를 내뿜듯이 우리 자신을 내어주어야 한다. 꽃들이 그 본성에 따라 무심코 향기를 뿜어내듯이 우리는 무심한 마음으로 가난한 이웃을 돌보아야 한다.

 

우리가 가난한 사람을 도울 때는 어떤 자긍심도 품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예배이기 때문이다.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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