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두런두런'

어느 날 새벽

by 한종호 2015. 7. 30.

두런두런(25)

어느 날 새벽

 

 

새벽예배를 마치고 제단에 올라

기도 카드를 넘기다 만난 한 교우의 기도제목

 

“추위를 잘 지내는 이웃이 되세요.”

 

기도를 적은 날짜를 보니 지난해 연말

이웃들이 춥지 않게 겨울을 나기를

집사님의 기도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는데

맨 아래 적은 마지막 기도

 

“직장을 잃어서 실직자이오니 꼭 일자리를 주세요.”

 

 

 

 

갑자기 숨이 턱 막혀 고꾸라지는 것 같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다시 한 번 읽는데

생선가시 목에 걸리 듯 마음이 찔려오고

깨진 유리조각 손가락마다 박히는 듯

다음 카드로 넘기지 못한다.

 

멍하니 앉아 있다 고스란히 제단 위에 펼쳐 놓는다.

나로서는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눅눅한 이불 말리듯

젖은 빨래 말리듯

다만 그 분 앞에 펼쳐놓는 것 외엔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