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31)

 

사교육 해결책?

 

 

사람들은 모른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조선조의 망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사교육 문제 역시 15세기의 가치관이 연장되고 있는 것인데도 그것을 자꾸 21세기의 안목으로 해결해보려 한다. 정부는 밑도 끝도 없이 대입선발 제도 변경 실험을 반복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등골이 휘어가면서도 어떻게든 뭉칫돈을 마련하여 사교육 시장에 쏟아 붓고 있다. 학교의 교사들은 해체되어가는 공교육 현장에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교실을 지키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도대체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버린 사교육시장. 공교육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인이 되어버린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21세기 대한민국 교육현장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많은 이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진단과 대안으로 우리사회의 교육문제에 훈수를 두려 한다. 하지만 그런 대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많은 경우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다.

 

앞서 나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왜곡된 사교육 시장의 모습은 21세기적 사건이 아니라 15세기적 가치관의 연장으로 해석했다. 즉 이 문제는 한국사회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과거 이념’이 만들어낸 문제이고, 결국 이 문제는 공평한 인재등용의 실패에서 오는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 아무리 공교육을 강화하고, 교육방송을 활용하고, 교사들의 수준을 높인다 해도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천여 년 간 우리는 한국에서 소위 출세를 위한 ‘유일한’(?) 지름길을 너무도 익숙하게 몸으로 익혀왔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제대로 출세하려면 어쩔 수 없이 좋은 대학에 가야만 한다. 그래야 좋은 인연과 각종 학벌의 우산 안에 머물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은 더 좋은 삶의 환경, 혹은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기에 다들 기를 쓰고 대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단 한번이다. 19년 정도 잘만 투자하면, 아니 초반부 5년 정도는 제한다 치더라도, 15년 정도만 죽었다 참아내고 잘 투자하면 적어도 50년을 편히 지낼 수 있는 이 구조!! 이 구조가 조정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사교육 열풍과 왜곡된 입시환경의 해결은 매우 요원할 것이다. 그러니 별스럽게 훈수둘 필요도 없다. 그냥 나둬라! 뭐라 작위적으로 작품을 만들려 해도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15년 투자해서 50년 이상 행복하겠다는 사람들의 ‘종교적 열망’을 어찌 정부나 시민단체의 알량한 정책이나 제안으로 해결할 수 있단 말이더냐!

 

이 문제는 애초에 모두가 동시에 손을 떼지 않는 한 해결하기 어렵다. 괜한 충동질로 한국 최대 종교조직인 이 일류대병에 더 불을 지필 필요도 없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자. 소위 이 땅에 어깨 힘이나 쓴다는 이들 치고 좋은 대학, 좋은 집안, 좋은 금액을 갖지 않은 이가 있던가? 애초부터 경쟁이 되지 않을 환경과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지금 한국 사회 잘나가는 그룹에 그나마 평등적으로 낄 수 있는 것은 일류대에 진학하는 길 뿐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한국 사회에 있어서 일류대란 없어서는 안 될 ‘종교적 성지’이다.

 

조선 사회가 과거라는 평등 인재 발굴 시스템을 통하여 사회의 안정적 유지를 도모했듯이, 지금 우리 사회는 입시라는 ‘현대의 과거’를 통해 만인이 단번에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전파하는 해체하기 힘든 종교를 확산시키고 있는 셈이다.

 

어떤 환경 혹은 조건이든지 15년 정도 투자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평생의 숙원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이 로또정신이 해체되지 않고서 어찌 입시와 사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텐가!

그렇다면 정녕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한가? 앞서도 말했듯이 현 사교육과 입시의 문제는 공평한 인재등용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다. 그나마 남은 유일한 인재등용 창구가 현 입시제도이고 일류대 진학이니 이 왜곡현상의 확대는 끝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은 꼬여있는 뿌리를 펴는 일 밖에는 없다.

 

인재 등용이 다변화해야 하고, 이를 정책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일류대 중심으로 인재를 뽑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됨됨이와 그가 스스로 쌓아올린 능력치를 보고 선발할 수 있는 개방적 인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 문제의 해결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학연, 지연, 인연, 가문 등을 중시하여 초야에 묻히는 많은 인재들을 발굴치 못하는 우를 제대로 교정해 나간다면, 의외로 이 문제는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 잘 만나고, 가정환경이 좋아서, 좋은 대학에 가서, 친구가 잘나서가 아니라, 지가 잘나서! 그런 외부의 고리가 없어도 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인재 발굴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이 문제의 해결은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문제는 이처럼 쉬운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연줄과 패거리문화가 주는 각종 이득의 달콤한 유혹이 커도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길용/종교학,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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