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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

하나님을 떠난 자의 현실

by 한종호 2015. 9. 9.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2)

 

하나님을 떠난 자의 현실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보라 한 민족(民族)이 북방(北方)에서 오며 큰 나라가 땅 끝에서부터 떨쳐 일어나나니 그들은 활과 창(槍)을 잡았고 잔인(殘忍)하여 자비(慈悲)가 없으며 그 목소리는 바다가 흉용(洶湧)함 같은 자(者)라 그들이 말을 타고 전사(戰士) 같이 다 항오(行伍)를 벌이고 딸 시온 너를 치려하느니라 하시도다 우리가 그 소문(所聞)을 들었으므로 손이 약(弱)하여졌고 고통(苦痛)이 우리를 잡았으므로 아픔이 해산(解産)하는 여인(女人) 같도다 너희는 밭에도 나가지 말라 길로도 행(行)치 말라 대적(對敵)의 칼이 있고 사방(四方)에 두려움이 있음이니라”(예레미야 6:22~25).

 

양은 왜 양떼를 떠나는 걸까? 무리를 떠나 왜 혼자가 되는 걸까?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풀을 뜯다보니 어느 새 낯선 곳이고,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혼자일 때가 왜 없을까? 의도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혼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일부러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다함께 무리지어 목자의 뒤를 쫓아다니는 것이 싫어서, 통제를 벗어나고 싶어서, 쳇바퀴처럼 정해진 틀을 견딜 수 없어서, 나만의 자유를 누리고 싶어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가 된 양은 어떻게 될까? 어떤 시간이 찾아올까?

 

모처럼 누리는 자유는 더없이 달콤할 것이다. 풀은 다 내 것 같고, 광야는 막힐 것 없는 내 세상, 목자도 개도 간섭하는 이가 없으니 내가 마음대로 내 시간과 일을 선택할 수 있고, 길을 갈 때도 잠을 잘 때도 다른 양들과 부대낄 필요도 없고,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싶을 만큼 벅찬 시간을 누릴 것이다.

 

그것이 전부라면 떼를 지어 목자를 따를 양들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양은 무리를 떠날 때 전혀 짐작하지 못한 시간을 이내 맞이하고 만다. 당장 풀이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야 물을 만나는지 알지를 못한다. 사나운 짐승이 숨어 있는 으슥한 공간과 자신을 노리는 사나운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디에 절벽이 있는지, 가시덤불이 있는지도 모른다.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조차 없다는 것은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결국 혼자된 양에게 찾아오는 것은 사방의 두려움이다.

 

 

 

 

설마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실까, 안일하고 무지하고 교만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등을 돌린 백성들 눈앞에 다가온 일을 주님이 말씀하신다. 북쪽 땅에서 떨쳐 일어날 큰 나라, 그들은 이미 활과 창을 잡았고, 잔인하여 자비가 없고, 바다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떼를 지어 군마를 타고 달려올 것이라 하신다. 그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두 팔에 맥이 풀리고, 고통이 그들을 사로잡아 해산의 진통을 겪는 여인처럼 아파하게 될 것이다.

 

그런 아픔을 겪게 될 백성들에게 주님은 이렇게 이르신다.

 

“너희는 밭에도 나가지 말라. 길로도 다니지 말라. 원수의 칼이 있고, 사방에 두려움이 있음이라.”<개역개정>

 

“너희는 들녘으로 나가지도 말고, 거리에서 돌아다니지도 말아라. 너희의 원수가 칼로 무장하고 있으니, 너희의 사방에 공포가 있을 뿐이다.”<새번역>

 

“들에 나가지 않으려거든 그만두려무나. 한길로 나가기 싫거든 그만두려무나. 원수가 칼을 빼어들면, 어디 간들 무섭지 않은 곳이 있겠느냐?”<공동번역 개정판>

 

“너희는 들로 나가지도 길을 걷지도 마라. 정녕 원수가 칼을 쥐고 있으니 사방이 공포뿐이다.”<성경>

 

“절대 문밖에 나가지 마라! 집을 나서지 마라! 죽음이 삼킬 것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메시지>

 

하나님을 떠난 자의 결국, 그들에게 찾아오는 마지막 현실은 사방의 두려움이다. 사방의 두려움, 어디를 둘러보아도 두려움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희망이 보이지를 않고, 누구를 불러보아도 나를 도울 자와 위로할 자가 보이지 않는 사방의 두려움,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한 공포일까?

 

멋진 신세계가 기다릴 줄 알고 보란 듯이 떠났지만 아버지 품을 떠난 아들은 거지꼴로 돌아온다. 떠날 때의 모습과 돌아올 때의 모습은 달랐다. 맘껏 자유를 누리며 넓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나님을 떠나지만, 하나님을 떠난 자의 삶의 결국은 사방의 두려움뿐이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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