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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최후의 심판'

불공평한 하나님

by 한종호 2016. 4. 5.

이현주의 최후의 심판(2)


불공평한 하나님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참 착하게 살았구나. 아주 잘 했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었으며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위로를 주었으니 내가 주는 상을 받아라. 이제부터 너는 내 앞에서 내가 주는 맛있는 음식으로 배불리 먹고 하늘의 황홀한 음악을 즐기며 영원한 삶을 누리도록 하여라.”


그러자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황송무지로소이다. 생각컨데 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준 기억이 없습니다. 더구나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하다니요, 결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사람을 잘못 보신 게 아니신지요. 황송하옵니다.”


“아니다. 내가 어찌 사람을 잘못 보겠느냐? 너에게 그런 기억이 없는 까닭은 네가 내 말대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했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일 하나 하고는 아래 위로 생색을 내는 것들은 이미 땅에서 받을 상을 다 받았으니 내가 줄 게 없다만 너처럼 제가 무슨 착한 일을 하는 줄도 모르면서 착한 일을 한 사람을 보면 나는 좋아서 죽겠구나! 오, 나의 착한 아이야, 이리 오너라. 내 오른편 자리에 앉도록 하여라.”


그러자 사람이 더욱 펄쩍 뛰며 대답했습니다.


“아니옵니다! 하나님, 만일 제가 그랬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찌 저의 공로가 되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손과 발과 눈과 하나님께서 주신 가슴과 피와 생명과 하나님께서 주신 힘이 없었다면 제가 무슨 수로 그런 일을 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것으로 한 일인즉 하나님께서 친히 하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상은 하나님께서 받으셔야만 하옵니다.”


하나님은 그 말을 듣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과연 네 말이 지극하구나. 네가 나에게 준 모든 기쁨과 행복을 갑절로 하여 너에게 주노라.”




                                미켈란젤로/최후의 심판



그 사람에 대한 심판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하나님은 그 뒤에 서 있던 다른 사람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어째서 평생을 도둑질, 이간질, 사기, 폭력에다 공갈과 협박으로 살았느냐? 약한 사람을 때리고 애매한 사람을 능욕하고 친구 사이를 이간질하고… 너 이 고얀 놈! 차마 뭐라고 더 말할 수가 없구나. 너는 저 불붙는 지옥으로 내려가 거기서 영원한 고통을 맛보아라. 네가 남에게 입혔던 온갖 상처를 두 배로 받아라.”


그러자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황공하오나 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언제 남의 물건을 훔쳤단 말씀입니까? 사기에다 폭력을 휘두르다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절대로 저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잘못 보신 게 틀림없습니다. 다시 한 번 명단을 살펴보시지요.”


하나님께서 성을 내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 막중한 일을 하면서 실수를 하다니? 너 이놈, 하나님을 뭘로 보고 있는 거냐? 다른 것은 관두고 나를 우습게보고 있는 이 죄만 가지고도 너는 당장 지옥행이 마땅하다! 그러나 네가 그런 나쁜 짓을 한 기억이 없다는 말은 옳다. 너도 악한 일에는 일찍이 도사(道士)가 되었으므로 오른손이 하는 나쁜 일을 왼손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사기를 치면서도 자기가 사기를 치는지 몰랐고 남의 권리를 도둑질하여 제 배를 채우면서도 그게 도둑질인 줄 알 턱이 있었겠느냐? 너 같은 자를 보면 내 속이 다 뒤틀린다. 네 몫인 영원한 벌을 받아라.”


사람이 두 손을 휘두르며 대꾸했습니다.


“하나님, 그러지 마십시오. 그래요, 제가 그 모든 나쁜 짓을 했다고 하십시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제가 한 짓입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손과 발과 눈과 하나님께서 주신 가슴과 피와 생명과 하나님께서 주신 힘이 없었다면 제가 무슨 수로 그런 일을 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몸으로 한, 즉 결국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 아니옵니까? 왜 그 책임을 제가 져야 합니까? 만일 제가 받을 벌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우물쭈물하자 하나님이 대신 말씀하셨습니다.


“그 벌은 너에게 손과 발과 눈과 함을 준 내가 받아야 한단 말이냐? 어허, 이놈이, 제 아비 아담을 쏙 빼닮았구나. 여봐라, 이놈이 제 발로 지옥을 가지 않으려 하니 너희가 끌고 가거라!”


천군(天軍)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그를 끌고 가는데, 마지막으로 발악을 하는 소리가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나님은 불공평하십니다. 먼젓번 친구는 제가 하지도 않았다는데 온갖 상을 주시고 나에게는, 역시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온갖 벌을 주시니 어떻게 하나님이 공평하다고 하겠습니까? 억울합니다! 억울해요!!”


하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불공평이 너에게는 공평이니라. 너는 나의 몸뚱이로 너의 삶을 살았고 이 친구는 나의 몸뚱이로 나의 삶을 살았으니 어찌 두 사람이 같다고 하겠느냐?”



이현주/동화작가


1)하나님 맙소사http://fzari.com/770

3)당신이 누구요?http://fzari.com/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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