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44)

 

두 아이의 어머니, 자식들을 지키고 싶다(1)

 

1. 두 아이를 종으로 팔아야 하는 어머니. 그 심정이 어떨까? 그런 모진 세상을 살았던 한 어머니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 어머니가 두 아이를 팔아야 하는 안타까운 지경에 처한 까닭은 가난으로 인한 빚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그렇지만, 고대 이스라엘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가장 흔한 이유는 빚이었다. 사울을 피해서 이리 저리 떠돌던 다윗에게 몰려온 사람들 가운데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그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그와 함께 한 자가 사백 명 가량이었더라”(사무엘상 22:2).

 

2. 사백 명은 상당히 많은 수인데, 나중에는 육백 명으로 늘어난다. 다윗에게 모여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을 것이고, “빚진 모든 자”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생계를 위해 빚을 냈다가 결국 갚지 못해서 야반도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파산상태였을 것이다. 이스라엘 건국 초기라고 할 수 있는 다윗 시대에도 빚 문제는 이미 상당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윗을 따르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었음을 입증한다.

 

 

3. 그런데 그 후로 500여년이 흐르고 느헤미야가 예루살렘에 총독으로 부임했을 때에도 여전히 경제사정이 어려워져서 빚을 지고, 그 빚을 갚지 못해서 결국 종이 된 사람들이 많았다. 성경기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알려준다. “그 때에 백성들이 그들의 아내와 함께 크게 부르짖어 그들의 형제인 유다 사람들을 원망하는데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우리와 우리 자녀가 많으니 양식을 얻어 먹고 살아야 하겠다 하고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우리가 밭과 포도원과 집이라도 저당 잡히고 이 흉년에 곡식을 얻자 하고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우리는 밭과 포도원으로 돈을 빚내서 왕에게 세금을 받쳤도다 우리 육체도 우리 형제의 육체와 같고 우리 자녀도 그들의 자녀와 같거늘 이제 우리 자녀를 종으로 파는도다 우리 딸 중에 벌써 종 된 자가 있고 우리의 밭과 포도원이 이미 남의 것이 되었으나 우리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도다 하더라”(느헤미야서 5:1-5).

 

4. 바벨론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그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밭, 포도원, 집, 할 수 있는 대로 저당을 잡히고 양식을 얻어 와야 했다. 그리고 세금도 내야 했는데, 세금 낼 돈이 없어서 역시 무엇이든 저당 잡히고 빚을 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남은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자식들을 종으로 팔아야 할 인생의 막다른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가난”이 악순환을 되풀이하면서 결국 사람들을 파산케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이스라엘에는 건국 초기부터 후대 유대교 시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빚진 자들, 경제적으로 파산상태에 처한 사람들이 있었다.

 

5. 희년.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 희년이라는 게 모든 일이 형통해서 기쁨이 가득한 해는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상황이다. 레위기 25장이 희년을 이야기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짓고 일해도 먹고 살기가 어려워서, 즉 경제적으로 가난해져서 양식을 구해야 하고, 세금을 내기 위해 땅을 저당 잡히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빚을 갚지 못해 자식들을 종으로 팔아야 하고, 그래서 가족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위기 25장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이 세 번 나오는 것으로 보아, 세 부류의 사람들이 각각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부류는 땅이 없어서 품삯으로 사는 사람들이고, 둘째 부류는 땅은 갖고 있지만, 흉년으로 인해 농사를 망쳐서 부채를 갚지 못한 경우이고, 셋째 부류도 땅은 갖고 있지만, 세금을 내기 위해서 빚을 지는 경우이다.

 

6. 그리고 레위기 25장은 네 가지 경제적 상황, 즉, 파산에 이르는 네 단계를 설명하는데, 일종의 점층적 효과를 갖는다. 경제사정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이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빚을 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처음에는 땅 일부를 팔고, 그 다음에는 땅 전체를 팔고, 그 다음에는 자신을 팔고, 그리고 나중에는 외국인에게 팔리는 경우이다. 이렇게 하면서 그 사람들은 스스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파산상태에 빠진다.

 

7. “가난”이 악순환을 되풀이하면서 결국 사람들을 파산케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이스라엘에는 건국 초기부터 후대 유대교 시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빚진 자들, 경제적으로 파산상태에 처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사(페르시아)가 당시 세계를 재패하면서 바벨론에 살던 유다인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귀국한 이후 그들도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 결국 빚쟁이가 되고 말았다.

 

8. 이자율이 살인적이었던 고대 사회에서 이렇게 돈이나 식량을 빌려서 생계를 유지할 상황에 이르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자력으로 회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빚을 내는 판에, 그것을 투자해서 돈을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 단계는 완전히 파산하는 경우인데, 땅을 다 팔고, 그리고 빚을 냈는데도 회생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채권자의 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에서 살펴보았지만, 고대 이스라엘에 사람들이 파산해서 남에게 종으로 팔리는 경우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풍족하던 자들은 양식을 위하여 품을 팔고”(사무엘상 2:5).

 

9. 우리 시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대에 만연한 빚. 그로 인한 파산.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서 정상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고 파산하는 것은 개인적인 책임도 있지만, 사회적인 이유도 있고, 또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공동체가 그 문제를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0. 구약성경도 개인회생을 위해 공동책임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빚을 지고 파산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게 했다. 느헤미야도 경제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로 규정하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시행한다. 한 개인이 가난해서 빚을 지고 결국 부모들이 자식들을 종으로 팔아야 하는 상황, 그 극심한 가난. 그건 결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이종록/한일장신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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