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45)

 

두 아이의 어머니, 자식들을 지키고 싶다(2)

 

1. 엘리야가 홀연히 하늘로 사라진 다음, 엘리사가 그 사역을 이어간다. “맞은 편 여리고에 있는 선지자의 제자들이 그를 보며 말하기를 엘리야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엘리사 위에 머물렀다 하고 가서 그에게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그에게 경배하고(열왕기하 2:15). 엘리사가 제일 먼저 행한 기적은 물이 좋지 않은 토양을 소금으로 치유한 것이다(열왕기하 2:19-22). 그리고 엘리사는 이스라엘과 모압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을 때, 이스라엘 왕에게 군사적 자문을 해서 이스라엘이 승리하게 한다. 그 전투에서 이스라엘 군대에 포위당한 모압 왕 메사는 세자를 번제로 드리는 극약 처방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져서 돌아갔다. 여기까지가 열왕기하 3장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2. 열왕기하 4장은 세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는 홀로 된 어느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수넴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마지막은 국에 퍼진 독을 없앤 이야기이다. 우리는 그 첫 번째 이야기를 하려 한다. 당시에 엘리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여럿이었을 텐데, 그 가운데 엘리사를 따르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두 아이와 함께 살던 한 여인이 있었다. 성경기자는 그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어느 날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여인이 엘리사를 찾아와서 하소연을 한다. 성경기자는 그 여인이 엘리사에게 부르짖었다고 한다. 새번역은 “엘리사에게 부르짖으며 호소하였다”(1절)고 번역한다. 새번역 본문이 맘에 확 다가온다.

 

 

 

3. 제일 먼저 그 여인은 자신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사실을 언급한다. “당신의 종 나의 남편이 이미 죽었는데.” 그 사람은 엘리사의 종이었고 그 여인의 남편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엘리사에게는 그를 따르는 종을 잃었다는 의미이고, 그 여인에게는 남편을 잃었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여러 번 살펴보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이 갖는 의미가 참 복잡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텐데, 고대 사회에서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남은 아내와 자식들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정말 힘겨운 일이다. 그래서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세상살이가 남편 생시와 너무도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4.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것을 언급한 다음, 그 여인은 자기 남편이 생전에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음을 이야기한다. “당신의 종이 여호와를 경외한 줄은 당신이 아시는 바니이다.” 이것은 그 여인의 남편,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인의 남편, 엘리사의 신실한 종이었을 그 사람이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고, 그 사실을 엘리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신실하게 엘리사를 섬기고, 주님을 경외하며 섬기던 사람이 무슨 일로 아내와 두 아이를 남겨놓은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 이후로 그 여인이 두 아이와 함께 어떤 삶을 살았을 것인지 눈에 선하다.

 

5.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그 여인과 두 아이의 삶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빚”이라는 글자이다. 그 여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빚 준 사람이 와서.” 자세한 이야기를 다 생략했지만, 우리는 “빚”이라는 이 한 글자를 통해서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았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도무지 갚을 길 없는 빚에 치어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았을 것이다.

 

6. 그런데 그들에게 빚을 준 사람이 그들에게 온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야 너무도 분명하지 않는가? 냉정하기 짝이 없는 “빚 독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라면? 우리 예상은 적중한다. 그 여인은 그에게 빚을 준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온 때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나의 두 아이를 데려가 그의 종을 삼고자 하나이다.” 채권자가 와서 두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빚 독촉을 수차례 했지만, 이제 그 기한이 다 찼는데도 빚을 갚을 여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빚 대신 두 아이들을 데려다가 종으로 삼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두 아이는 아들들이다. 하지만 그 여인은 그들을 “아이들”이라고 한다. 아이들! 정말 모성애를 강하게 느끼게 하는 단어이다.

 

7. 빚을 갚지 못해서 결국 두 아이를 빼앗길 그런 황망한 순간에 그 여인은 다급하게 엘리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엘리사에게 이야기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 들은 엘리사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를 위하여 어떻게 하랴 네 집에 무엇이 있는지 내게 말하라”(2절). 엘리사는 그 여인이 처한 어려움을 파악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나선다. 그 여인에게 엘리사 자신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엘리사는 이렇게 묻고 나서, 그 여인에게 집에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다.

 

8. 엘리사가 그 여인에게 집에 무엇이 있느냐고 묻자, 그 여인은 “계집종의 집에 기름 한 그릇 외에는 아무 것도 없나이다”(2절)라고 대답한다. 기름 한 그릇 외에 아무 것도 없다! 이제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그동안에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살았단 말인가? 먹을 게 전혀 없는 그런 형편이라면 차라리 두 아이 뿐만 아니라 그 여인도 종으로 팔려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엘리사는 말할 것도 없고, 독자들 역시 그 여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다음, 그 집은 하루하루 끼니를 이어가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던 것이다. 보통 상황이 아니다.

 

9. 엘리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곧 바로 대책을 일러준다. 이웃들에게 빈 그릇들을 가능한 대로 많이 빌려오게 하고, 두 아들과 함께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서, 빌려온 빈 그릇들에 차례대로 기름을 채우라고 한다(3-4절). 그 여인은 엘리사가 지시한 그대로 해서, 빌려온 그릇들을 기름으로 다 채운다. 일이 끝나자, 그 여인은 엘리사에게 보고한다. 성경기자는 “그 여인이 하나님의 사람에게 나아가서 말하니”라고 하면서, 엘리사를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칭한다. 엘리사는 그 여인에게 후속 사항을 알려준다. “너는 가서 기름을 팔아 빚을 갚고 남은 것으로 너와 네 두 아들이 생활하라”(7절).

 

10.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독자들은 그 여인이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가 말한 그대로 했다고 믿을 것이다. 엘리사가 하는 말, “너와 네 두 아들이 생활하라,” 기적보다 이 구절이 크게 다가온다. 엘리사는 그 여인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고, 빚으로 인해 한 가족이 해체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물론 그 이후로 그 여인과 두 아들이 얼마나 풍족한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때를 기억하며, 꿋꿋하게 살았을 것이다. 엘리사. 참으로 귀한 모정천리의 예언자였다.

 

이종록/한일장신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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