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68)

 

누구 말이 들어맞는지

 

“그런즉 칼을 피(避)한 소수(少數)의 사람이 애굽 땅에서 나와 유다 땅으로 돌아오리니 애굽 땅에 들어가서 거기 우거(寓居)하는 유다의 모든 남은 자(者)가 내 말이 성립(成立) 되었는지, 자기(自己)들의 말이 성립(成立)되었는지 알리라”(예레미야 44:28).

 

‘콩알로 귀를 막아도 천둥소리를 못 듣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콩과 같이 작은 것이 큰 천둥소리를 막듯이, 작은 것도 잘 활용하면 큰일에 도움이 된다’고, 한 속담 사전에서는 위의 속담을 그렇게 풀고 있다. 작은 것의 유용함을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볼 여지가 크다. 콩알만큼 작은 것이 귀를 막아도 천둥소리를 못 듣는다. 아무리 옳은 말이 천둥소리처럼 크다 들린다 하여도, 콩알만큼 작은 것이 귀를 막고 있으면 들을 수가 없다. 마른하늘 벼락같은 말도 콩알 만한 작은 것에 막히면 들리지 않게 된다. 그것이 교만이든 걱정이든 욕심이든, 아주 사소한 것이 마음의 귓구멍을 막고 있으면 어떤 말도 들리지를 않는 것이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했던 말씀을 주님은 괜히 덧붙이진 않았을 것이다. 말씀을 들으러 나올 때 귀를 집에 두고 온 자가 누가 있었겠는가.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는 그대로를 듣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은 것을 들어도 나중에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제각기 본 것도 다르고 들은 것도 다른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어느 날 ‘어느 날의 기도’를 드리며 이렇게 기도한 적이 있다.

 “미리 답을 내 안에 두고서 안 그런 척 당신께 묻는 일 없게 하소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정세, 이집트로 내려갈 마음을 정하고선 예레미야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물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하나님의 뜻이 전해지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나님이 이집트로 내려가지 말라고 하실 리가 없다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레미야까지 끌고 이집트로 간다.

 

 

 

그런 백성들이었으니 이집트에서의 삶이 어떠했을지 기대할 것이 없다. 여전히 주님 보시기에 역겨운 일을 했고, 그런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은 더 이상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예루살렘과 유다가 폐허가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는데, 토한 것을 도로 삼키듯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이집트에 있는 유다 사람들에게 임한다. 이집트로 내려간 유다 백성을 모두 멸절 시키겠다고, 그들은 전쟁과 기근으로 죽을 것이며, 원망과 놀라움과 저주와 조소의 대상이 될 것이라 하신다.

 

그렇게 주님의 뜻을 전하는 예레미야에게 백성들은 또 다시 항의를 한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우리는 당신의 말을 듣지 않겠다고, 우리는 우리의 입으로 맹세한 대로 할 것이라 한다.

 

그렇게 맹세하는 백성들을 두고 이제는 주님께서 맹세를 하신다. 더는 살아계신 주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복을 내리려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재앙을 내리기 위해 내가 너희를 지켜보겠다 하신다.

 

백성들을 체념하고 포기하신 듯 하나님의 말씀은 이렇게 이어진다.

 

“전쟁에서 살아남아 이집트를 벗어나 고국 유다로 돌아갈 자는 몇 사람 되지 않으리라. 이집트에서 타향살이하던 유다의 남은 자들은 내 말과 저희 말 중에 과연 누구의 말이 옳았는지 그 때에 가서야 알게 되리라.” <공동번역>

 

“살아서 이집트를 빠져나가 유다로 돌아갈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유다를 떠나 이집트에 살려고 온 불쌍한 무리들은, 그 때가 되어서야 모든 일의 최종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메시지>

 

“칼을 피하여 이집트 땅에서 유다 땅으로 돌아갈 사람들은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집트 땅에 정착하러 들어온 유다의 남은 자들은 모두, 나와 그들 가운데 누구 말이 들어맞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성경>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생각 중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것이 어찌 가당키나 한 일일까만, 모두 망한 뒤에야 하나님의 말씀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 이 오래된 엄청난 어리석음을 우리는 언제쯤이나 버릴 수 있는 것일지.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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