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의 《아! 욥》을 읽고

 

 

김기석 목사님(이하 김 목사)이 최근에(2016년 12월10일) 귀한 책을 꽃자리 출판사에서 내셨다. 몇 달 전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통한 잔잔한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다시 이 책을 받아드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제목은 《아! 욥》이고 ‘욥기 산책’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부제는 마음에 안 든다. 욥기는 산책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제가 욥기 읽기에 딱 어울린다. 욥기 앞에서 ‘아!’ 이외에 우리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소리는 없으니 말이다. 이 ‘아!’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깊은 깨달음이요, 다른 하나는 깊은 탄식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여기에 덧붙여도 좋으리라. 나는 김 목사의 책을 읽으면서 바로 이 ‘아!’가 주는 충격과 기쁨과 아득함을 다시 한 번 더 절감했다. 저자와 출판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성경 교사로서 목사에게 욥기는 시지푸스의 바위와 같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이며, 어쩔 수 없이 감당한다 해도 청중들이 원하는 시원한 답을 찾기도 어렵다. 목사가 놓인 딜레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할 목사의 운명이 하나님의 말씀을 알 수 없다는 불가능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포해야 한다는 당위 사이에 끼어 있다는 바르트의 진술도 목사의 이런 영적 딜레마를 가리킨다. 김 목사도 욥기를 해설하면서 그걸 절감하고 있다.

 

욥의 심정을 이렇게 전한다. 이게 바로 김 목사 자신의 마음일 것이다. ‘말의 부질없음을 이미 절감한 터이지만 다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413쪽).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욥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해보고 싶’(10쪽)다는 것이다. 그 눈은 세상의 고통을 향해 열린 것이다. 김 목사에게 ‘욥은 그런 이들 곁에 지금도 머물고 있’(424쪽)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김 목사는 저 고통의 나락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성경 교사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다. 마지막 단락에서 시몬느 베이유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사랑할 것이라곤 없는 이 어둠 속에서’, 그리고 ‘텅 빈 가운데서도 영혼은 계속 사랑하거나 적어도 사랑하기를 원해야 한다.’(424쪽).

 

 

나는 김 목사의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사렛 예수가 생각났다. 구약에서 욥이 가장 처참한 인생을 경험한 인물이라면 신약에서는 예수가 바로 그다. 하나님이 정의롭고 사랑과 능력이 무한하지만 인간에게 대재앙은 부단히 발생한다.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착한 사람이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불행을 피할 수 없다. 그게 세상 이치다. 오죽했으면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했겠는가. 나사렛 예수는 욥보다 더 큰 저주를 받은 자다. 욥은 어느 정도 나이라도 먹었고, 행복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지만 예수는 결혼도 하지 않은 삼십대 젊은 나이에 로마 형법에 의해서 십자가에 처형당했다.

 

나무에 달려 죽은 자는 다 하나님으로부터 저주 받은 자다. 마태의 수난전승에 따르면 예수는 십자가 처형 순간에 하나님으로부터 유기를 경험한 뒤에 크게 단발마의 소리를 지르면서 숨을 거두었다(마태복음 27:46, 50). 바울도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고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라고 말했다(고린도전서 1:23). 우리는 십자가에 달린 이를 그리스도로 믿는다. 십자가에 달린 메시아! 무기력한 전능자! 이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나. 그렇다. 무죄한 자의 고난을 다루는 신정론(神正論)은 우리에게 영원한 아포리아다. 이걸 생각할 때마다 숨이 막힌다.

 

김 목사는 욥기가 가리키고 이 현실 앞에서 절망하거나 신앙적인 나르시시즘 속으로 도피하거나 신학적으로 계몽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무죄한 이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들과 연대하고, 그 고통 속으로 들어가자고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이 시대의 욥기인 ‘세월호 참사’를 여러 번 반복해서 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도는 다를지언정 지금 이 땅에도 수많은 욥들이 있습니다. 그저 있다기보다는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러하고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이 그러합니다’(423쪽). 기복주의와 승리주의 신앙이 여전히 득세하는 오늘 한국교회에 김 목사의 《아! 욥》은 죽비다. 일독을 권한다.

 

정용섭/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샘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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