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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7

리스바, 누구도 그처럼 모권을 주장하지 않았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43) 리스바, 누구도 그처럼 모권을 주장하지 않았다(2) 1. 또 다른 비극. 또 다른 아픔. 이미 일어난 비극과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내고 또 다른 아픔을 겪게 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가혹한 자연재해를 계기로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를 알기 위해서 과거사를 살피고 과거 역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자들을 찾아내서 진상을 규명하고 보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보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처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뭄과 기근의 원인으로 사울이 기브온 사람들을 집단 살해한 것을 알려주신 하나님도 그것을 결코 원치 않았을 것이다. 2. 하지만 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자연재해의 원인을 찾다가, 과거에 사울이 저질렀.. 2016. 5. 31.
살라! 그리고 살려내라!! 의 종횡서해(26) 살라! 그리고 살려내라!! 책을 읽는다는 것 카프카는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고 말했다. 책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이 문장 앞에서 멈칫거릴 수밖에 없다. 얼어붙은 바다는커녕 나태하고 안일한 일상조차 깨뜨리지 못하는 책을 꾸역꾸역 써대는 이들도 있지 않던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사사키 아타루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삶의 안정을 교란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독서란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이라 말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렇기에 위험한 일이다. 책장을 여는 순간 평온한 세계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사키 아타루는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이 한 권의 책을 반복하여 읽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루터는 .. 2016. 5. 30.
리스바, 누구도 그처럼 모권을 주장하지 않았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42) 리스바, 누구도 그처럼 모권을 주장하지 않았다(1) 1. 리스바와 메랍. 성경기자는 가혹한 삶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이 무력하고 가련한 여인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들 이야기를 슬쩍 들려준다. 성군(聖君)이라는 위대한 왕 다윗이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시절, 하지만 언제나 살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혹독한 가뭄과 기근이 3년 동안 이스라엘 땅을 폭력적으로 지배했다. 상황은 참으로 끔찍했을 것이다. 인심이 사나워져서, 자연적인 폭력에 인간적인 폭력이 뒤섞였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강한 자들이 설친다. 그리고 힘없는 사람들, 노약자들, 여자들과 아이들은 폭력에 희생당하기 쉽다. 2. 사무엘하 21장은 그 참혹한 시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줄거리는 아주 단순해 보인다... 2016. 5. 26.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3)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 어느 희망에 관한 이야기 욕망과 지배 마지막 계명 역시 겉으로 드러난 행위가 아닌 마음에 품고 있는 ‘욕망’을 문제 삼습니다. 성서에서 ‘욕망’이란 말이 처음 등장하는 구절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인 창세기 3장 16절이란 사실을 아셨습니까? 한글성경이 이 구절은 다양하게 번역해서 원래 뜻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영어성경을 참고해야겠지요. 우선 한글성경을 보겠습니다. 개역개정판은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라고 번역했고 표준새번역은 “네가 남편을 지배하려고 해도 남편이 너를 다스릴 것이다.”라고 번역했으며 공동번역은 “(너는)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 2016. 5. 23.
타부의 경계선이 없는 사회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40) 타부의 경계선이 없는 사회 “타부”라는 말은 본래 폴리네시안 즉, 태평양 군도의 원주민들이 사용했던 말입니다. 그 뜻은 “금기”, 또는 “접촉하면 안 되는 대상”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애초의 의미에는, “신성한 존재”, “신적 두려움”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말하자면, “타부”란, 그 어떤 초월적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사회적 금기로까지 확대된 문화인류학적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타부”는 그 사회의 정신적 중심에 무언가 성스러운 영역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시상태에서부터 문명의 상태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의 현상입니다. 그것이 그 사회의 질서를 나름대로 유지하고 그 구성원들에게 자신을 보다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2016. 5. 20.
하나님의 칼을 맞으려는가 하나님의 칼을 맞으려는가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하는 말은 그가 매우 선량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그런 사람은 법이 없다면 어디 보호받을 데가 없어 곤경에 처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도 뭔가 석연치 않다. 왜인가? 그건, 법이 선량한 사람들, 약자들을 보호한다는 전제가 서 있을 때 가능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법이 도리어 그런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놓고 그 권리를 박탈해버리는 일을 어렵지 않게 본다. 법이 사람 위에 군림하고 법도(法道)가 아니 법도(法刀)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법은 돈과 권력의 기초 위에 있다 그런데 이는 사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법의 탄생은 언제나 권력자의 의지와 관련이 있다. 법은 그 권력자의 이익을 지켜내고 그에 저항하는 이들을 족쇄에 걸기 위.. 2016. 5. 19.
구원(救援)의 지평, 기어서 넘기 구원(救援)의 지평, 기어서 넘기 - 김기석 목사의 《아슬아슬한 희망》 - 가을의 끝자락, 초겨울의 문턱에서 김기석 목사의 열 번째 책 《아슬아슬한 희망》을 만났다. 꽃들은커녕 곱게 단풍이 든 나뭇잎들에게조차 암담한 계절, 이제는 추운 바람과 눈서리 겪는 일만 남은 계절에, 이 책은 ‘아슬아슬’하게 우리에게 왔다. 이기적으로 저만 챙기게 태어난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신학을 하면서 겨우겨우 애써가며 배워온 것들을, 김기석 목사는 그냥 ‘타고난’ 것 같다. 조개 잡고 갈매기 쫓으며 팔랑팔랑 뛰어다니느라 바닥 볼 일 없이 바빴던 어린 시절 나의 개펄에의 추억이 무색하게도, 그는 어려서부터 시선을 바닥에, 땅에 두며 살았다. “온 몸으로 바닥을 기어가는 것들에 대한 이상한 연민”(12쪽)이 있었다 한다. 개.. 2016. 5. 18.
난도질당한 말씀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55) 난도질 당한 말씀 “왕(王)이 여후디를 보내어 두루마리를 가져오게 하매 여후디가 서기관(書記官) 엘리사마의 방(房)에서 가져다가 왕(王)과 왕(王)의 곁에 선 모든 방백(方伯)의 귀에 낭독(朗讀)하니 때는 구월(九月)이라 왕(王)이 겨울 궁전(宮殿)에 앉았고 그 앞에는 불 피운 화로(火爐)가 있더라 여후디가 삼편(三篇) 사편(四篇)을 낭독(朗讀)하면 왕(王)이 소도(小刀)로 그것을 연(連)하여 베어 화로(火爐) 불에 던져서 온 두루마리를 태웠더라 왕(王)과 그 신하(臣下)들이 이 모든 말을 듣고도 두려워하거나 그 옷을 찢지 아니하였고 엘라단과 들라야와 그마랴가 왕(王)께 두루마리를 사르지 말기를 간구(懇求)하여도 왕(王)이 듣지 아니하였으며 왕(王)이 왕(王)의.. 2016. 5. 18.
하느님이 죽이라고 명령했다면 구약성서의 대량학살(5) 하느님이 죽이라고 명령했다면 여호수아 10:1-15 만일 정말 죽이라고 명령했다면 어떤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하느님이 이 사람을 죽이라고 했다. 난 그렇게 하라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고 주장한다면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요? “하느님께서 내게 이러저러한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지만 하느님이 남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실 리 없다고 생각하지요? 현대사회에선 국가가 사법권을 갖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조차 법률의 판단을 받지요. 그러니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다는 신념이 있다고 해도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신념이 존중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 십상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고대.. 2016.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