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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은 종교회복이다 종교개혁은 종교회복이다- 종교개혁 499주년을 기념함 - 왜 종교개혁이 일어나야만 했는가? 자유인교회엔 네 가지 기념주일이 있다. 창립기념주일, 부활기념주일, 종교개혁기념주일, 성탄기념주일이다. 특별한 행사를 따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별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기념(記念)’이라 이름 붙인 말 그대로 오래도록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 간직한다는 뜻이 있다. 네 기념일이 다 의미가 깊지만 개혁주의 목사로서 그중에서도 가장 기념할 주일을 꼽으라면 나는 종교개혁(Protestant Reformation)기념주일을 꼽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하면, 종교개혁의 역사가 없었다면 우리들 프로테스탄트 교회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 사실은 언제나 선행되는 세 가지 질문을 상기.. 2016. 10. 30.
욥의 아내는 악처였는가?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13) 욥의 아내는 악처였는가? 구약성경의 등장인물들 중에 일부 성경해석자들과 설교자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는 여성이 있다. 욥의 아내다. 남성 주류의 주일 설교 강단에서 사정없이 난도질당한 욥의 아내는 교회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욥의 아내를 “마귀를 돕는 배필”(아우구스티누스), “사탄의 도구”(칼뱅)로 여겼던 기독교의 위대한 선생들의 발언이 교회 역사 속에서 면면히 흘러 온 셈이다. 2년 전쯤이었다. 주류 신학의 안전한 테두리에 소속된 제법 큰 교회의 담임목회자는 설교 중에 욥의 아내를 세계 3대 악처 중 한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정말 욥의 아내는 이러한 비난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을까? 무명의 그녀가 했던 딱 두 마디 말, “그래도 자기 온전함을 .. 2016. 10. 27.
목사님은 소리의 신학자이자 소리의 철학자이십니다 목사님은 소리의 신학자이자 소리의 철학자이십니다 1994년 이후 가장 덥다는 이 여름에 건강하신지요? 최근에 출간된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읽었습니다. 잠시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머리말에 해당하는 ‘초대의 글’에서 지금까지 즐겨 읽어 온 편지 형식의 작품들을 소개해주셨더군요. 전설로 남은 12세기 중세 수도사와 수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에서 시작하여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본회퍼의《옥중서간》, 그람시의《옥중수고》, 문익환 목사의《꿈이 오는 새벽녘》, 서준식의 《옥중수한》,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또 읽는’다고 하셨지요. 재작년에 타계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추모 음악회에서 그의 절친 브루노 간츠(.. 2016. 10. 25.
창세기가 전하는 열두 개의 에피소드 창세기가 전하는 열두 개의 에피소드 사람들을 오랫동안 하느님을 알려고 애써왔다. 그래서 얼마나 알게 됐을까? 사람이 하느님에 대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하느님은 ‘알 수 없는 분’(the Unknowable)이란 말이 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적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하느님을 알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의 경전인 구약성서(유대교에서는 ‘구약’이란 말을 쓰지 않지만)는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하느님이 다양한 상황에서 만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창세기는 하느님과 사람이 처음으로 만난 이야기다. 처음으로 만났으니 모든 게 새로웠고 서툴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익숙해졌다. 하느님과 사람이 만난 이야.. 2016. 10. 19.
이런 여자 어디 있나요?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12) 이런 여자 어디 있나요? 그대, 여성들이여 슈퍼 우먼을 꿈꾸는가? 그대, 남성들이여 슈퍼 우먼을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은가? 그대의 아내가 슈퍼우먼이기를 바라는가? 슈퍼우먼은 집안일과 바깥일을 유능하게 잘 해내는 여자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아내와 어머니로서 가정을 잘 돌보고 바깥일을 척척 해내면서 사회적인 존경까지 받으며 역량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은 남성들에 비해 매우 낮다. 이유는 조직사회의 보이지 않는 높고 두꺼운 무형의 장벽, ‘유리천장’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고한 장벽을 깬 여성들의 고된 노력은 종종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는데,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여성들의 흔적은 생각보다 훨씬 먼 과거로 떠나야 하는 여행이다. 가부장적.. 2016. 10. 14.
성경 안의 혐오(嫌惡) 본문, 어떻게 읽어야 하나? 성경 안의 혐오(嫌惡) 본문, 어떻게 읽어야 하나? 성경에 혐오 본문이 있는가?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조장(助長)하는 본문이 있는가? 있다. “진멸(殄滅, 헤렘)” 본문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헤스본 왕 시혼을 칠 때를 모세는 이렇게 회고한다. 그러나 주 우리 하나님이 그를 우리 손에 넘겨주셨으므로, 우리는 그와 그의 아들들과 그의 온 군대를 쳐부술 수가 있었다. 그 때에 우리는 모든 성읍을 점령하고, 모든 성읍에서 남자 여자 어린아이 할 것 없이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전멸시켰다(신명기 2:33-34). 이스라엘이 바산 왕 옥을 칠 때를 두고도 모세는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우리는 헤스본 왕 시혼에게 한 것처럼 그들을 전멸시키고, 모든 성읍에서 남자 여자 어린 아이 할 것 없이 .. 2016. 10. 5.
신앙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67) 신앙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네가 여호와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하는 말을 우리가 듣지 아니하고(예레미야 44:16). 지내 봐야, 겪어 봐야 알게 되는 일들이 있다. 겉으로 봐선 모르고, 잠깐 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길이 멀면 말의 힘을 알고, 날이 오래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말이 있다. 말이 얼마나 좋은 말인지는 겉모습만 보고선 판단할 수가 없다. 말에 대해 눈 밝은 이가 있어 말의 생김새를 보고 대강의 성격이나 힘을 짐작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말을 제대로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먼 길을 가는 것이다. 먼 길을 가보면 말의 힘은 물론 말의 성질까지가 다 드러날 테니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 2016. 10. 5.
다윗의 여자 조상 룻과 나오미, 가부장적인 질서의 해독제였다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11) 다윗의 여자 조상 룻과 나오미, 가부장적인 질서의 해독제였다 룻기의 결말은(룻기4:18-22) 다윗의 조상을 소개하는 족보로 끝난다. 베레스-헤스론-람-암미나답-나손-살몬-보아스-오벳-이새-다윗까지다. 룻기의 히브리어 본문 마지막 글자가 다윗이다(4:22). 다윗의 여자 조상 룻과 나오미 이름이 계보에 없지만, 보아스는 룻의 남편이며 룻이 낳은 아들이 오벳이다(4:14). 아들을 낳은 이는 룻이지만, 시어머니 나오미가 손자 오벳의 양육자였다. 베들레헴 여자들은 룻이 낳은 아들 오벳을 보며 나오미와 손자를 축복했고 “일곱 아들보다 귀한”며느리 룻에 대한 열정적인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4:14-15). 여인들이 나오미에게 이르되 찬송할지로다. 여호와께서 오늘 네게 기업 무를 .. 2016.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