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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4

일생 추위에도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10) 일생 추위에도 봄이 오면 꽃들이 서둘러 핀다. 긴긴 겨울을 지내온 온갖 생명체들에게 생명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꽃들은 잎보다 먼저 피어난다. 미처 물이 오르기도 전에 서둘러 꽃봉오리를 틔우는 꽃나무들의 고운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건, 이른 봄날부터 부단히 그들과 소통해온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추운 겨울을 강직하게 버티어온 이들만이 봄볕의 따스함을 누릴 수 있다. 온상 속에 숨어 겨울을 비켜간 이들이나, 겨울에 굴복하여 제 몸 얼려버린 이들은 봄날의 아름다움에 동참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온상 속에서 자란 꽃들은 향기가 거의 없다. 드러내는 모양이나 색상은 본래와 비슷하게 구현해내지만, 보이지 않는 향기만은 그러하지 못한다. 돈이나 지위를 얻기 위해.. 2017. 4. 7.
모든 살아있는 자의 어머니, 하와 다시 읽기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26) 모든 살아있는 자의 어머니, 하와 다시 읽기 한국의 모든 교회와 신학교에 묻고 싶다.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한가?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한가? 남자와 여자는 동등한가? 남자와 여자를 편 가르기 하거나 여성이 남성에게 적대적 감정을 갖도록 부추기거나 남성에게는 우월감을 여성에게는 열등감을 갖도록 조장하려는 질문이 아니다. 인류를 구성하는 남자와 여자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났으며 어떻게 사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기를 제안하는 물음이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창조하신 세계와 하나님의 노동으로 태어난 인류는 하나님 입으로 “좋다”(창세기1:4,10,12,18,21,25,31)라는 말을 반복할 만큼 만족스러운 걸작이었다. 하나님의 명령으로 일궈진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을 .. 2017. 4. 6.
*‘끙끙 앓는 하나님’과 한국교회, 그 부끄러운 자화상을 돌아보며* *‘끙끙 앓는 하나님’과 한국교회, 그 부끄러운 자화상을 돌아보며* 한 사회의 정신적 기준으로 존재해야 할 교회가 도리어 그 사회의 가장 악취가 나는 현장의 하나가 되고, 존경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정능력마저 잃어가고 있다. 만일 이러한 상태가 아무런 교정의 과정도 없이 지속된다면, 한국교회는 덩치는 크지만 정작 그 내용에 들어가 보면 탐욕의 소굴임이 판명되는 비극을 겪을 수 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켜 “이는 내 아버지의 집이자 만민이 기도하는 집인데, 너희들이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구나” 하는 일갈의 소리가 한국 개신교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세간의 도마에 오르내리는 고질적인 목회자의 성윤리 문제는, 교회가 다른 .. 2017. 4. 4.
고통 · 자비 · 용서 · 회복 1 예언자는 누구이고 뭘 한 사람인가? (4) 고통 · 자비 · 용서 · 회복(1)호세아 6:1-6 세상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하느님 지난번에 서구사상의 양대 뿌리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 대해서 잠깐 얘기했습니다. 헬레니즘에서 최고신은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덕목을 갖추고 있는 존재이고 동시에 불변하는 우주의 원리와 원칙, 그에 따른 조화와 질서 등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런 신은 자연세계와 세상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믿어졌습니다. 그리스어로 ‘아타락시아’(ataraxia)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정적과 평화를 어지럽히는 온갖 잡다한 일들로부터 거리를 둠으로써 얻는 평정상태를 가리키는 말로서 그리스 철학자 피론과 에피쿠로스가 즐겨 사용한 개념입니다. 이들은 아타락시아 상태에.. 2017. 4. 4.
‘실패한’ 메시지를 감수할 수 있을까 ‘실패한’ 메시지를 감수할 수 있을까 예레미야서는 예언서들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으로 통한다. 예레미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들 중에 이 책의 내용이 뒤죽박죽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고까지 말한 이도 있는 지경이다. 1장에서 25장까지는 운문이 주를 이루고 26장부터 52장까지는 산문이 주를 이루지만 운문 중에 산문이 섞여 있기도 하고 반대로 산문 중에 운문이 섞여 있기도 하다. 모빙켈이라는 구약학자가 1-25장의 운문은 예레미야가 직접 한 말(이른바 A 자료)이고 26-52장의 산문은 그의 제자이며 서기(scribe)였던 바룩이 쓴 예레미야의 전기자료(B 자료)와 예레미야서를 편집한 신명기사가의 기록(C 자료)이라고 구분한 이래 오랫동안 그의 자료설이 .. 2017.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