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12/088

한 때 당신은 나의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당신의 학생입니다 김기석 목사님께(7) 한 때 당신은 나의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당신의 학생입니다 나는 감신대학에서 4년 동안은 당신의 교수였지요. 그러나 당신이 감신대학을 졸업하고 평생 목회자의 길을 걷는 동안 나 역시 교수직을 떠나서 성경 번역에 몰두해 온 지가 벌써 서너 성상이 지났습니다. 최근 20여 년 동안은, 내가 당신의 학생이고 당신이 나의 교수라고, 나는 주저 없이 고백합니다. 현재까지 20여권이나 되는 당신의 저서를 통해서 배운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저서들은 내가 주문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당신이 그때그때마다 나를 생각해서 챙겨준 것도 아닌데, 마치 누군가가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내게 일러바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면, 내가 당신의 책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을 아는 내 주변의 극히 소수.. 2017. 12. 8.
하나님의 충직한 손발 엔텔레키아의 신비 김기석 목사님께(6) 하나님의 충직한 손발 엔텔레키아의 신비 목사님이 쓰신 편지글을 읽으며, 지난 한 주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홀로 지내는 공간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지셨다니, 수도자로서의 금욕이 목사님에게는 운명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지글 「움씨를 뿌리는 마음」 편에서 ‘‘흔들림’과 ‘젖음’은 우리를 존재의 근원과 연결 시켜주는 촉매인지 모른다”고 쓰신 것을 읽었습니다. 내게도 그런 것이 있지 않았을까. 그것을 읽으면서 살짝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래된 일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오늘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에서 그 얘기를 서두에 놓습니다. 절망의 핏빛 노을 1967년, 초등학교 4학년 초봄쯤으로 기억합니다. 그날 저는 어떤 일로 홀로 귀가하던 중에 텅.. 2017. 12. 8.
소슬한 가을바람 같은 청량감이 드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김기석 목사님께(5) 소슬한 가을바람 같은 청량감이 드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강렬한 햇빛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여름 오후입니다. 멀리서 여름새가 청량한 울음소리를 가끔 낼 뿐 시골의 한 여름은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목사님의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두루두루 편지를 보내셨고, 세상사 질곡 속에서도 희망을 묻곤 했던 저 또한 이 편지를 받았던 것입니다. 한여름 해바라기처럼 샛노란 표지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문득 목사님을 처음 만났던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아스라한 청파동 거리의 추억 김삼웅 선생님이 쓰신 《김남주 평전》이 마침내 발간되고 난 뒤, 출판사에서는 북 콘서트를 기획했었지요. 김남주 시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광주에서 한 차례 열린 북.. 2017. 12. 8.
독수리, 깊이 날아 뜻을 품다 김기석 목사님께(4) 독수리, 깊이 날아 뜻을 품다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지 못했습니다. 도무지 ‘내 삶’에 희망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절박한 물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네요. 유학 생활의 고단함과 외로움이 내면을 옥죄고 있을 때, 나 자신에 대한 실망스러움과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끈질기게 갈마들면서 영혼을 갉아먹고 있을 때, 그때 받은 목사님의 편지를 오늘 다시 읽어 봅니다. 그저 ‘나의 삶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의 주저앉은 마음을 북돋워 주었던 글입니다. 그 편지를 천천히 읽고 또 읽다 보면 마음이 가지런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솜씨 좋은 농부의 호미질이 지나가면, 어지럽게 뭉그러져 있던 흙더미들이 단단하고 단정하게 북돋워진 이랑이 됩니다. 목사님의 편지를 읽.. 2017. 12. 8.
이상동몽(異床同夢), 대동소이(大同小異L의 길을 가는 수도자 김기석 목사님께(3) 이상동몽(異床同夢), 대동소이(大同小異)의 길을 가는 수도자 한여름 산중은 만원입니다. 남도답사 일 번지 땅 끝 마을 대흥사 십리 숲길은 수시로 차량이 엉키고 꼬입니다. 왜 그런지 미루어 짐작하실 줄 압니다. 중복이 지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그래서 풍광 좋고 유서 깊은 산중 절의 수행자들에게 이 시기는 손님맞이로 과로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십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템플스테이 바람으로, 산사는 지친 몸을 쉬고 헝클어진 마음을 살피고 다잡는 사람들의 쉼터와 깸터가 되고 있습니다. 모처럼 맞이하는 휴식마저도 번잡하고 과다한 소비로 허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하는데,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작년 여름에는 한 달 내내 하루에 대여섯 차례 오는 벗들에게 차.. 2017. 12. 8.
예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김기석 목사님께(2) 예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그리운 김기석 목사님, 무더운 날씨에 고생 많으셨지요? 예수도 우리처럼 불면의 여름밤을 지새우지 않았을까요? 다시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성서에서 예수는 가을보다 봄에 더 열심히 활동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가을에 갈릴리 호숫가에서 묵상에 잠긴 예수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예수는 어떤 주제로 일생을 고뇌하였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오늘 한국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무슨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믿음과 이해의 관계가 중요한가 그리스도교 한쪽에서는 여전히 믿음과 이해의 관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것이지요. 성서학의 연구 성과를 받아들이고 여러 학문의 질문과 시대.. 2017. 12. 8.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을까요? 김기석 목사님께(1)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을까요? 목사님, 송구스런 고백부터 해야겠습니다. 목사님이 쓴 편지들을 묶은 책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받아 들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게 쓰신 편지도 있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물론 저도 이게 터무니없는 생각인 걸 압니다. 왜 모르겠습니까? 제가 목사님을 알게 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제게 편지를 쓸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란 걸 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우습지요?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담은 편지란 걸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젠지도 기억 못하는 주제에, 게다가 목사님에게 편지 한 줄 쓴 적도 없는 처지에 목사님에게 편지 받을 기대를 했다는 게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는 중에 ‘혹시 .. 2017. 12. 8.
지고한 의인 욥과 지혜자 코헬렛이 만났을 때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13) 지고한 의인 욥과 지혜자 코헬렛이 만났을 때 구약의 지혜서 중 와 는 구약지혜 전승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의 시각으로 존재한다. 중심을 탈피하고 위계적인 존재 방식을 넘어 대안적인 사유방식으로 존재한다. 구약에서 이 두 권의 책은 모호성과 불가해성으로 독자를 당혹스럽게 하지만, 성급하고 억지스러운 판단과 주장을 피하도록 인내심을 길러준다. 어떤 사태의 복잡성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다. 코헬렛(전도자)은 ‘미지’(the unknown)의 세계, 곧 ‘영원’ 안에서 세심하고도 열린 사고를 요청한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우주와 역사의 ‘비밀’을 풀고 싶은 열정을 주셨지만, 하나님이 어떻게 일을 시작하셔서 끝내실지 아는 사람은 아무.. 2017.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