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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목사님은 소리의 신학자이자 소리의 철학자이십니다 김기석 목사님께(9) 목사님은 소리의 신학자이자 소리의 철학자이십니다 1994년 이후 가장 덮다는 이 여름에 건강하신지요? 최근에 출간된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읽었습니다. 잠시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머리말에 해당하는 ‘초대의 글’에서 지금까지 즐겨 읽어 온 편지 형식의 작품들을 소개해주셨더군요. 전설로 남은 12세기 중세 수도사와 수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에서 시작하여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본회퍼의《옥중서간》, 그람시의《옥중수고》, 문익환 목사의《꿈이 오는 새벽녘》, 서준식의 《옥중수한》,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또 읽는’다고 하셨지요. 재작년에 타계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추모 음악회에서 그.. 2017. 12. 13.
먹물과 속물 동거시대의 알곡처럼 김기석 목사님께(8) 먹물과 속물 동거시대의 알곡처럼 목사님, 40년 또는 반세기만이라는 불볕더위 속에, 10년은 족히 되는 선풍기마저 고장 난 방에서 목사님의 책,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읽었습니다. 참, 책은 시기와 장소에 따라 읽는 맛이 다릅니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8ㆍ15경축사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헬 조선’ 등 세간의 유행어를 매몰차게 비판하던 뒤끝이라 목사님이 펴내신 책의 이 제목부터가 맘에 끌렸습니다. 모두 아는 바대로 ‘헬 조선’이란 유행어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나온 ‘민중의 소리’인데, 여전히 남 탓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헬 조선’은 자살율 세계1위, 청년실업, 빈부격차, 안보불안, 출산율 세계.. 2017. 12. 11.
빼앗긴 성탄절 이길용의 말씀 안으로(2) 빼앗긴 성탄절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 모친 마리아가 요셉과 정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그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저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가만히 끊고자하여 이 일을 생각할 때에 주의 사자가 현몽하여 가로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 말라! 저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 이 모든 일의 된 것은 주께서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니 가라사대,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태복음.. 2017. 12. 11.
예수를 따른 다는 것 이길용의 말씀 안으로(1) 예수를 따른 다는 것 예수의 일행이 길을 가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예수께 “저는 선생님께서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하고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오너라.”하고 말씀하시자 그는 “선생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 장례를 치르게 해주십시오.”하고 청하였다. 예수께서는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 나라의 소식을 전하여라.”하셨다. 또 한 사람은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집에 가서 식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게 해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 2017. 12. 9.
한 때 당신은 나의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당신의 학생입니다 김기석 목사님께(7) 한 때 당신은 나의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당신의 학생입니다 나는 감신대학에서 4년 동안은 당신의 교수였지요. 그러나 당신이 감신대학을 졸업하고 평생 목회자의 길을 걷는 동안 나 역시 교수직을 떠나서 성경 번역에 몰두해 온 지가 벌써 서너 성상이 지났습니다. 최근 20여 년 동안은, 내가 당신의 학생이고 당신이 나의 교수라고, 나는 주저 없이 고백합니다. 현재까지 20여권이나 되는 당신의 저서를 통해서 배운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저서들은 내가 주문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당신이 그때그때마다 나를 생각해서 챙겨준 것도 아닌데, 마치 누군가가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내게 일러바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면, 내가 당신의 책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을 아는 내 주변의 극히 소수.. 2017. 12. 8.
하나님의 충직한 손발 엔텔레키아의 신비 김기석 목사님께(6) 하나님의 충직한 손발 엔텔레키아의 신비 목사님이 쓰신 편지글을 읽으며, 지난 한 주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홀로 지내는 공간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지셨다니, 수도자로서의 금욕이 목사님에게는 운명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지글 「움씨를 뿌리는 마음」 편에서 ‘‘흔들림’과 ‘젖음’은 우리를 존재의 근원과 연결 시켜주는 촉매인지 모른다”고 쓰신 것을 읽었습니다. 내게도 그런 것이 있지 않았을까. 그것을 읽으면서 살짝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래된 일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오늘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에서 그 얘기를 서두에 놓습니다. 절망의 핏빛 노을 1967년, 초등학교 4학년 초봄쯤으로 기억합니다. 그날 저는 어떤 일로 홀로 귀가하던 중에 텅.. 2017. 12. 8.
소슬한 가을바람 같은 청량감이 드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김기석 목사님께(5) 소슬한 가을바람 같은 청량감이 드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강렬한 햇빛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여름 오후입니다. 멀리서 여름새가 청량한 울음소리를 가끔 낼 뿐 시골의 한 여름은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목사님의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두루두루 편지를 보내셨고, 세상사 질곡 속에서도 희망을 묻곤 했던 저 또한 이 편지를 받았던 것입니다. 한여름 해바라기처럼 샛노란 표지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문득 목사님을 처음 만났던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아스라한 청파동 거리의 추억 김삼웅 선생님이 쓰신 《김남주 평전》이 마침내 발간되고 난 뒤, 출판사에서는 북 콘서트를 기획했었지요. 김남주 시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광주에서 한 차례 열린 북.. 2017. 12. 8.
독수리, 깊이 날아 뜻을 품다 김기석 목사님께(4) 독수리, 깊이 날아 뜻을 품다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지 못했습니다. 도무지 ‘내 삶’에 희망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절박한 물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네요. 유학 생활의 고단함과 외로움이 내면을 옥죄고 있을 때, 나 자신에 대한 실망스러움과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끈질기게 갈마들면서 영혼을 갉아먹고 있을 때, 그때 받은 목사님의 편지를 오늘 다시 읽어 봅니다. 그저 ‘나의 삶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의 주저앉은 마음을 북돋워 주었던 글입니다. 그 편지를 천천히 읽고 또 읽다 보면 마음이 가지런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솜씨 좋은 농부의 호미질이 지나가면, 어지럽게 뭉그러져 있던 흙더미들이 단단하고 단정하게 북돋워진 이랑이 됩니다. 목사님의 편지를 읽.. 2017. 12. 8.
이상동몽(異床同夢), 대동소이(大同小異L의 길을 가는 수도자 김기석 목사님께(3) 이상동몽(異床同夢), 대동소이(大同小異)의 길을 가는 수도자 한여름 산중은 만원입니다. 남도답사 일 번지 땅 끝 마을 대흥사 십리 숲길은 수시로 차량이 엉키고 꼬입니다. 왜 그런지 미루어 짐작하실 줄 압니다. 중복이 지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그래서 풍광 좋고 유서 깊은 산중 절의 수행자들에게 이 시기는 손님맞이로 과로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십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템플스테이 바람으로, 산사는 지친 몸을 쉬고 헝클어진 마음을 살피고 다잡는 사람들의 쉼터와 깸터가 되고 있습니다. 모처럼 맞이하는 휴식마저도 번잡하고 과다한 소비로 허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하는데,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작년 여름에는 한 달 내내 하루에 대여섯 차례 오는 벗들에게 차.. 2017.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