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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라는 말의 무게 한희철의 얘기마을(83) 목사라는 말의 무게 목사라는 말의 무게는 얼마큼일까?때때로 스스로에겐 너럭바위 얹힌 듯 무거우면서도,때때로 사람들의 회자 속 깃털 하나만도 못한 가벼움이라니. - (1991년) 2020. 9. 13.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신동숙의 글밭(233)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먼 별을 보듯 바라본다별 하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추석에도 갈 수 없는 고향집을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벗님을 온라인 등교로 저쪽 방에서 뒹구는 아이들을오도가도 못하여 집안을 서성이고 있는 나를 먼 별을 보듯 바라본다별 하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저마다 가슴에는 언제나 하늘이 흐르고추억 같은 별 하나쯤은 있어서 마음으로 바라볼 수록 빛나는 별을그리워할 수록 더 가까워지는 별을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에는커다란 침묵이 흐르고바람이 멈추고 너도 나도 아름다운 별 하나가 되어 서로를 그리워하는 만큼 평화가 숨쉰다 2020. 9. 13.
기꺼이 빠져들기 기꺼이 빠져들기 “온전함은 다른 사람과 연결된 느낌, 우리가 사는 장소에 속해있는 느낌이며 공동체에서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무의식적 자각이다. 따라서 개인의 온전함과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가늠한다. 건강이란 분리되지 않은 상태임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웬델 베리 주님 안에서 형제 자매된 여러분께 인사를 올립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안이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두루 감싸주시기를 청합니다. 또 한 주가 이렇게 흘렀습니다. 절서는 속일 수 없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백로 절기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제법 시원합니다. 어떤 때는 창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한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어느 분이 여름에서 가을로의 이행을 헤비메탈의 시간에서 재즈의 시간으로.. 2020. 9. 12.
상처 한희철의 얘기마을(82) 상처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힘든 일이지 싶어 저녁 어스름, 강가로 나갔다.모질게 할퀸 상처처럼 형편없이 망가진 널따란 강가 밭, 기름진 검은 흙은 어디로 가고 속뼈처럼 자갈들이 드러났다. 조금 위쪽에 있는 밭엔 모래가 두껍게 덮였다.도무지 치유가 불가능해 보이는, 아물 길 보이지 않는 깊은 상처들.한참을 강가 밭에 섰다가 주르르 두 눈이 젖고 만다. 무심하고 막막한 세월.웬 인기척에 뒤돌아서니 저만치 동네 노인 한분이 뒷짐을 진 채 망가진 밭을 서성인다.슬그머니 자릴 피한다.눈물도 만남도 죄스러워서. - (1991년) 2020. 9. 12.
지나온 하루를 알처럼 품고서 신동숙의 글밭(232) 지나온 하루를 알처럼 품고서 언젠가부터 스쳐 보이는 것이 있다그것은 잠이 깨려는 순간눈도 채 뜨지 못한비몽사몽 간에새벽녘이나 아침 나절에 잠들 무렵이면낮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마음에 걸리는 일해결되지 못한 일후회스러운 일아쉬운 일잘못한 일그리운 일 다 기억나지 않는 꿈 속의 일이지만밤새 내 몸은 웅크린 채지나온 하루를 품는다 그렇게 내 안의 나는지나온 하루를 알처럼 품고서잠 속에서도 잠들지 못하고 꿈 속에서 게워내고 게워내고 해가 뜰 무렵이면가장 커다란 한 알로 오롯히 영글어잠시 스치듯 감은 눈으로 보이는 것은얼굴이기도 하고장면이기도 하고빈 가슴에 태양처럼 떠 안겨 주고는돌아온 새날을 또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용서 해 주세요살려주세요함께 해 주세요 나는 매일 아침눈도 뜨지 못한 채간.. 2020. 9. 12.
글 쓰는 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한희철의 얘기마을(81) 글 쓰는 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짜증날 정도로 무더운 날, 아예 마당에 나가 풀을 뽑았다. 집안에 앉아 축축 처지느니 ‘그래, 네가 더울 테면 어디 한번 더워 봐라’ 그러는 게 낫겠다 싶었다. 풀 돋기 시작한 봄 이후 교회 주위로 몇 번은 뽑았지만 여전히 풀들은 돋아났다. 비 한번 오고나면 쑥 자라 오르곤 하는 풀들, 풀의 생명력이란 여간 끈질긴 것이 아니다. 뒤따라 나온 소리와 같이 한나절을 풀을 뽑았다. 흠뻑 젖은 온 몸의 땀이 차라리 유쾌했다. 밤 늦은 시간 책상에 앉아 주보 원고를 쓴다. 어깨도 쑤시고, 잘려 나간 새끼손톱하며 돌멩이가 깊숙이 배겼다 빠져버린 손가락 끝의 쓰라림 하며, 맨손으로 잡아 뽑느라 힘 꽤나 썼던 손마디가 쉽게 펴지질 않는 불편함 하며, 글을 쓰기가.. 2020. 9. 11.
"빛으로 물들일꺼야, 다이너마이트처럼" -BTS 신동숙의 글밭(231) "빛으로 물들일꺼야, 다이너마이트처럼" -BTS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중 제 가슴에 새겨진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의 가 세운 빌보트 싱글 차트 1위라는 이 영광스러운 소식을 더불어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이 한없이 생각난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배달민족('배달'은 '밝다'의 옛말)의 밝고 커다란 하나의 하늘인, '한'의 정신(얼)을 유유히 지켜온 선조들이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별처럼 찬란히 빛나고 있는 우리의 선조들과 별이 되신 대한독립운동가들입니다. 하늘의 별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분들께 차 .. 2020. 9. 11.
기도하며 일하시라고 한희철의 얘기마을(80) 기도하며 일하시라고 아무래도 우리 뒤에 올 목회자는 마음이 모질어야겠다고, 막 전화를 끝낸 내게 아내가 말합니다. 그 뜻을 모르지 않습니다. 이따금씩 교우들은 예배시간을 앞두고 전화를 합니다. 전화의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일을 나가게 되어 예배를 드리러 갈 수 없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송구스러움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같은 대답을 합니다. 기도하며 일하시라고, 그것 또한 예배라는 대답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무슨 일 있어도 예배 먼저 드리고 하라고, 엄격하질 못합니다. 어쩌면 교우들 눈에 나는 편한 목사일지도 모릅니다. 원칙보다는 형편을 우선적으로 여기는 듯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 또한 쉬운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슴 깊이 묻어둔, 끝내 양보할.. 2020. 9. 10.
'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 신동숙의 글밭(230) '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 들숨 날숨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20대 초반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 같은 물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왠지 그 물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포괄적이고 우주의 조화에 걸맞는 물음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나의 몸은 인간의 몸이지만,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 보다 가까운 물질은 무엇인가 하고요. 지구의 구성 원소인 물(水),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의 오행과 연관 지어서 거듭 되묻고는 합니다. 어딜 찾아가서 생년월일시에 따른 사주로 알아보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묻고 거듭 주의를 기울이는 이러한 일은 마음을 바라보는 일, 즉 명상에 가깝습니다. 밖에서 .. 2020.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