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새로봄(44)

 

주님의 기쁨, 나의 기쁨

 

도성 시온아, 노래하여라. 이스라엘아, 즐거이 외쳐라. 도성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주님께서 징벌을 그치셨다. 너의 원수를 쫓아내셨다. 이스라엘의 왕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니, 네가 다시는 화를 당할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사람들이 예루살렘에게 말할 것이다. “시온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지 말아라. 주 너의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신다. 구원을 베푸실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다. 너를 보고서 기뻐하고 반기시고, 너를 사랑으로 2)새롭게 해주시고 너를 보고서 노래하며 기뻐하실 것이다.”(스바냐 3:14-17)

 

스바냐가 활동하던 시대는 공의와 정의가 철저히 무너진 시대였다. 하나님의 도성이라는 예루살렘에서는 우상숭배가 성행했고,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밥으로 삼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스바냐는 예루살렘을 가리켜 ‘망하고야 말 도성’, ‘반역하는 도성’, ‘더러운 도성’, ‘억압이나 일삼는 도성’(스바냐 3:1)이라 꾸짖는다. 백성들을 잘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는 지도자들은 으르렁거리는 사자와 같고, 정의를 세워야 할 재판관들은 저녁 이리 떼와 다를 바 없다. 예언자들은 거만하고 제사장들은 성소나 더럽힐 뿐이다. 총체적 난관이다. 하나님의 심판이 더는 미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나님은 거만을 떨며 자랑을 일삼던 자들을 거룩한 도성에서 없애 버리시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심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주님은 그 도성 안에 “주의 이름을 의지하는 온순하고 겸손한 사람들을 남길 것”(스바냐 3:12)이라고 약속하신다. 그들에게도 시련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마음을 하늘에 두고 사는 이들에게 시련은 더 큰 희망의 단초가 되기도 하는 법. 심판의 불길을 통과하는 동안 그들은 세상의 헛된 것들에 미혹되지 않고, 오만에 빠지지 않는 단련된 인격을 얻게 된다. 믿음의 사람들은 시련의 불꽃 속에서도 노래하고 즐거이 외쳐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힘없이 팔을 내려뜨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

 

 

 

 

“주 너의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신다.”(스바냐 3:17a) 이 한 마디면 족하지 않은가.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는 시련의 불꽃 속에서도 믿음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보며 기뻐하신다. 믿음의 사람은 그런 하나님의 기쁨을 또한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빼앗아 갈 수 없는 그 기쁨을 우리 삶의 든든한 토대로 삼아야 한다. 타고르도 〈기탄잘리〉에서 이런 체험을 아름답게 노래했다.

 

“당신은 나를 무한케 하셨으니 그것은 당신의 기쁨입니다./이 연약한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우시고 끊임없이 이 그릇을 싱싱한 생명으로 채우십니다./이 가냘픈 갈대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넘어 지니고 다니셨고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십니다./당신 손길의 끝없는 토닥거림에 내 가냘픈 가슴은 한없는 즐거움에 젖고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발합니다./당신의 무궁한 선물은 이처럼 작은 내 손으로만 옵니다./세월은 흐르고 당신은 여전히 채우시고 그러나 여전히 채울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

 

가냘픈 갈대 피리 같은 우리 속에 숨을 불어넣으시어 하늘의 선율을 연주하게 하시는 분이 계시기에 우리는 오늘도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기도*

 

하나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애쓰지만, 우리 눈빛이 싸늘하게 식을 때가 많습니다. 불의한 이들이 득세하고, 선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납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지 말라’ 이르십니다. 그 말씀에 의지하여 힘을 내겠습니다. 불의에 맞서면서 선의 싹을 키우기 위해 땀 흘리겠습니다. 주님께 속한 그 기쁨을 우리 속에 심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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