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새로봄(69)

 

예언자 오뎃

 

사마리아에 오뎃이라고 하는 주님의 예언자가 있었는데, 그가, 사마리아로 개선하는 군대를 마중하러 나가서, 그들을 보고 말하였다. “주 당신들의 조상의 하나님께서 유다 백성에게 진노하셔서, 그들을 당신들의 손에 붙이신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당신들이 살기가 등등하여 그들을 살육하고, 그것으로 성이 차지 않아서, 유다와 예루살렘의 남녀들까지 노예로 삼을 작정을 하고 있소. 당신들도 주 하나님을 거역하는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당신들은 이제 내가 하는 말을 들으시오. 당신들이 잡아 온 이 포로들은 바로 당신들의 형제자매이니, 곧 풀어 주어 돌아가게 하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님께서 진노하셔서 당장 당신들을 벌하실 것이오.”(역대하 28:9-11)

 

스무 살에 유다 왕이 된 아하스는 열여섯 해 동안 예루살렘에서 다스렸다. 그의 통치를 역대지 기자는 ‘주님께서 보시기에 올바른 일을 하지 않았다’는 한 마디로 요약한다. 그는 풍요와 다산을 보장해준다는 바알을 섬겼고,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나라 사람들이 섬겼던 신들에게 절을 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하나님께서 보호를 철회하자마자 시리아와 북왕국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다. 약탈이 벌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포로로 잡혀간 이들도 많았다. 포로가 된 이들의 미래는 어둠 그 자체였다. 희망이라곤 없었다. 그러나 희망은 늘 예기치 않은 곳에서 피어난다.

 

이스라엘에는 아직 깨어있는 사람이 있었다. ‘오뎃’이라는 예언자였다. 그는 사마리아로 개선하는 군대를 맞이하러 나가서 준엄하게 그들을 꾸짖었다. 하나님께서 유다 백성들에게 진노하셔서 그들을 치시도록 허락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이스라엘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당신들이 살기가 등등하여 그들을 살육하고, 그것으로 성이 차지 않아서, 유다와 예루살렘의 남녀들까지 노예로 삼을 작정을 하고 있소. 당신들도 주 하나님을 거역하는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역대하28:9b-10).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이들에게 오뎃은 찬물을 끼얹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 30장에서 인간 세상에서 전쟁이 없을 수는 없다고 시인한다. 그는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때, 마지못해서 하는 것이 전쟁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고(故)로 선자(善者)는 과이이(果而已)요 불감이취강(不敢以取强)이라.” ‘목적을 겨우 이룰 따름이요 감히 강함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패전한 나라에 대해서 지나치게 가혹하게 대하지 말아야 하고, 또 스스로 강해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뎃은 이스라엘 군대가 부르는 승전가 속에 깃든 오만함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군대 지휘관들에게 사로잡아 온 포로를 놓아 돌아가게 하라고 말한다. 오뎃은 그들이 포로이기 이전에 언약 공동체에 속한 형제자매들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들을 함부로 대한다면 결국 하나님의 징계가 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추상과 같은 오뎃의 가르침에 에브라임의 지도자 네 사람이 깊이 공감하고 군대를 막아섰다. 자칫하면 반역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군인들은 포로와 전리품을 백성과 지도자들에게 넘겼고, 에브라임의 네 지도자는 전리품을 풀어 헐벗은 이는 입히고, 맨발로 끌려온 이들에게는 신을 신기고, 음식을 나눠주고, 상처 입은 이들은 치료해주고, 환자들은 나귀에 태워 돌려보내주었다. 이스라엘 남북왕조 시대에 벌어진 가장 아름다운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이 모든 일은 눈 밝은 사람 하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도*

 

하나님,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용기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신앙적 양심에 따라 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들 또한 많지 않습니다. 모처럼의 승전을 기뻐하며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는 군대를 막아서는 것, 그들의 기쁨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힌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주님, 불의를 보면서도 비겁한 침묵 속에 머물지 않도록 우리 속에 주님의 숨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그리고 고통 받는 이들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보아낼 눈을 열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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