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떡 일어선 사람

김기석의 새로봄(80)

 

벌떡 일어선 사람

 

오후 세 시의 기도 시간이 되어서,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으로 올라가는데, 나면서부터 못 걷는 사람을 사람들이 떠메고 왔다. 그들은 성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게 하려고, 이 못 걷는 사람을 날마다 '아름다운 문'이라는 성전 문 곁에 앉혀 놓았다. 그는,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구걸을 하였다. 베드로가 요한과 더불어 그를 눈여겨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를 보시오!” 그 못 걷는 사람은 무엇을 얻으려니 하고,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베드로가 말하기를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 내게 있는 것을 그대에게 주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시오” 하고, 그의 오른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는 즉시 다리와 발목에 힘을 얻어서, 벌떡 일어나서 걸었다. 그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모두 그가 걸어 다니는 것과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보고, 또 그가 아름다운 문 곁에 앉아 구걸하던 바로 그 사람임을 알고서, 그에게 일어난 일로 몹시 놀랐으며, 이상하게 여겼다.(사도행전 3:1-10)

 

우리는 어려운 이웃들과 만나기를 꺼린다. 어쩌면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우리 삶의 평온을 깨뜨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는 것이다. 장 바니에는 한 가난한 여인에게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속내를 이렇게 표현했다.  

 

“만일 내가 이 여인에게/아주 가까이 다가간다면/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그 자녀들의 이름을 알기 시작하고/그녀의 과거와/그녀의 생활을 알기 시작한다면/만일 내가 그녀와 일체감을 나눈다면/나는 더 이상/전과 같이 먹을 수 없을 것이고/더 이상 사치와 낭비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만일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관심을 가진다면/나의 생활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생활을 바꾸어야 합니다./지금까지 쌓아 온 그 생활이/무너져야 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소외된 이들을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 것은 그들과 연루되는 순간 이전의 삶을 계속할 수가 없고, 그 결과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도 크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할 수 있으면 어려운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그들 곁에 멈춰 서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혀를 차며 말할 뿐이다. ‘세상이 왜 이 모양이지.’ 그리고는 재빨리 자기 울타리 속에 몸을 숨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는 문 가운데 하나인 ‘아름다운 문’ 앞에는 나면서부터 못 걷는 사람이 풍경처럼 앉아 사람들의 호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전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비교적 주머니를 잘 여는 편이니 그는 참 좋은 목을 잡은 셈이다. 그 날도 그는 아름다운 문 앞에 앉아 사람들의 주머니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니 낯선 두 사람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연민과 자비심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움찔 놀라 시선을 떨궜다. 전에는 아무도 그를 그렇게는 바라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를 보시오!”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 한 사나이가 말했다.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 내게 있는 것을 그대에게 주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시오.”(사도행전 3:6) 

 

그 말씀과 만나는 순간 그는 뭔지 모를 기운이 자기 속에서 뜨겁게 약동하는 것을 느꼈다. 베드로가 손을 내밀어 오른손을 잡아 당겼을 때 그는 벌떡 일어날 수 있었다. 꿈도 꿔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주저앉은 채 한 세상을 사는 것이 자기의 운명이려니 하고 살았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견딜 수 없이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라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는 더 이상 성전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성전에 들어가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증언하는 사람으로 거듭난 것이다. 영혼에 예수가 들어가면 ‘일어선 사람’이 된다. 우리 소명은 주저앉아 있는 이들과 접촉하면서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기도*

 

하나님,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주님이 우리 손을 잡아 이끌어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투덜거리며 욕망 주위를 맴돌 뿐입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영적인 무력감에 젖어 삶이 은총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주님과 함께 사랑으로 뛰어오르며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운명처럼 달라붙어 우리를 지배하는 우울에서 벗어나 생명의 춤을 추게 해주십시오. 부드럽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이웃들의 상처를 보듬어안는 주님의 일꾼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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