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거룩하다

김기석의 새로봄(81)

 

인간은 거룩하다

 

그 날이 오면, 주님의 성전이 서 있는 주님의 산이 산들 가운데서 가장 높이 솟아서, 모든 언덕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우뚝 설 것이다. 민족들이 구름처럼 그리로 몰려올 것이다. 민족마다 오면서 이르기를 “자, 가자. 우리 모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나님이 계신 성전으로 어서 올라가자.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님의 길을 가르치실 것이니, 주님께서 가르치시는 길을 따르자” 할 것이다. 율법이 시온에서 나오며, 주님의 말씀이 예루살렘에서 나온다. 주님께서 민족들 사이의 분쟁을 판결하시고, 원근 각처에 있는 열강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실 것이니,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 앉아서, 평화롭게 살 것이다. 사람마다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으면서 살 것이다. 이것은 만군의 주님께서 약속하신 것이다. 다른 모든 민족은 각기 자기 신들을 섬기고 순종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나, 주 우리의 하나님만을 섬기고, 그분에게만 순종할 것이다.(미가 4:1-5)

 

주전 8세기 예언자인 미가는 모레셋이라는 시골 마을 출신으로 사회의 밑바닥 계층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백성들의 삶을 그 지경으로 만든 지도자들의 무능과 사악함을 거침없이 공격했다. 그들은 우상 숭배자였고, 하나님을 경멸하고 조롱하는 무리들이었다. 부자들은 백성들의 가죽을 벗기고 뼈에서 살점을 뜯어냈고, 예언자라고 하는 자들은 입에 먹을 것을 물려 주면 평화를 외치고,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전쟁이 다가온다고 협박했다. 재판에 뇌물이 오갔고, 종교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돈벌이였다. 지도자들이 그 지경이니 백성들은 자책감조차 없이 거짓말을 해댔다. 도덕은 땅에 떨어졌고 토라의 이상은 잊혀졌다. 암흑시대였다. 

 

바로 그때 하나님은 미가에게 주님의 영과 능력을 채우시어 그들을 꾸짖게 하셨다. “그러므로 바로 너희 때문에 시온이 밭 갈 듯 뒤엎어질 것이며, 예루살렘이 폐허더미가 되고, 성전이 서 있는 이 산은 수풀만이 무성한 언덕이 되고 말 것이다.”(3:12) 하기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이다. 하나님의 분노 속에는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다. 하나님의 진노는 백성에 대한 사랑에서 터져나온다. 미가는 폐허더미가 될 예루살렘, 수풀만이 무성한 언덕이 되고 말 성전 산이 새로운 희망의 뿌리가 될 것을 내다본다. 인간의 헛된 꿈이 무너질 때 하나님의 꿈이 시작된다. 미가는 때가 되면 주님의 산이 산들 가운데서 가장 높이 솟아서 모든 언덕을 내려다보며 우뚝 설 것이라고 말한다. 민족들이 주님의 산으로 몰려오면서 주님께 길을 여쭙고, 말씀을 들으려고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거짓과 위선은 사정없이 깨뜨리지만, 상한 것은 싸매고 약한 것은 강하게 만드신다. 그런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미가는 사람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세상,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고, 다시는 군사 훈련을 하지 않을 세상을 그려보인다. 앗시리아라는 제국주의의 망령이 세상을 뒤덮는 때, 침략전쟁에 나선 군인들의 발소리가 북소리처럼 들려올 때, 지도자들의 폭거로 백성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올 때 미가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그 꿈을 몸으로 살아내야 한다. 우리들 속에 있는 거칠고 야비한 것들을 녹여 부드럽고 따뜻한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벌이는 전쟁의 참혹함을 보면서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김준태 시인은 <인간은 거룩하다>라는 시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심에 사로잡힌 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는 한 그릇의 물도 함부로 엎지르지 않고, 한 삽의 흙이라도 불구덩이에 던지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땅 위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이를테면 풀여치, 지렁이, 장구벌레, 물새, 뜸북새, 물망울 등은 다 거룩한 생명이다. 그렇기에 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것들을 어루만진다. 우리 마음에 숨겨둔 칼과 창이 먼저 녹아내려야 한다. 그래야 보듬어 안을 수 있다.

 

*기도*

 

하나님, 암울한 세상에서 신음하고 있는 우리를 구하여 주십시오. 우리 속에 주님의 숨을 불어넣으시고, 말씀의 등불로 우리 앞을 밝혀주십시오. 게으름과 냉담함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고, 하나님의 꿈을 우리 꿈으로 삼고 살게 해주십시오. 거친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가슴에 창과 칼을 품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칼과 창은 우리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주님, 그 거친 것들을 녹여주십시오. 생명을 품어 기르는 흙을 닮은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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