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심려

김기석의 새로봄(84)

 

배려와 심려

 

믿음이 강한 우리는 믿음이 약한 사람들의 약점을 돌보아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에게 좋을 대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이웃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면서, 유익을 주고 덕을 세워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자기에게 좋을 대로만 하지 않으셨습니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주님을 비방하는 자들의 비방이 내게 떨어졌다” 한 것과 같습니다.(로마서 15:1-3)

 

헨리 데이빗 소로는 그의 책 『월든』에서 자기가 가꾸었던 콩밭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랑의 한쪽 끝은 내가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관목 떡갈나무 숲에서 끝나고, 다른 한쪽 끝은 한바탕 김매기를 하고 다시 돌아올 때쯤이면 푸른 딸기의 색깔이 더 짙어지는 블랙베리 밭에서 끝났다. 잡초를 뽑고, 콩의 줄기 주변에 신선한 흙을 덮어주면서, 내가 뿌린 씨에서 나온 줄기와 잎들이 잘 자라도록 격려하고, 황색 흙이 자신의 여름 생각을 다북쑥, 후추나무 또는 기장 같은 잡초가 아니라 콩의 잎과 꽃으로 표현하도록 설득하여, 땅이 풀이오!가 아니고 콩이오!라고 외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일과였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208쪽)

 

소로는 풀을 뽑고 콩대 주위에 흙을 북돋워주는 것을 콩대를 격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황색의 흙을 설득해 잡초가 아니라 콩잎을 내도록 한다. 그래서 자라나는 '콩'은 흙의 자기표현이요 긍정이 된다. 

 

 

 

 

바울 사도는 성도의 삶을 단순하게 요약한다.

 

 “믿음이 강한 우리는 믿음이 약한 사람들의 약점을 돌보아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에게 좋을 대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이웃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면서, 유익을 주고 덕을 세워야 합니다.”(로마서 15:1-2).

 

여기서 ‘믿음이 강한 우리’는 율법에 얽매이지 않은 이방계 그리스도인을 가리키고 ‘믿음이 약한 사람들’은 유대계 그리스도인을 가리킨다. 여전히 규율에 매인 채 참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하여 비웃지 말고, 오히려 그들의 약함을 보듬어 안으면서 그들이 성숙한 믿음에 이를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 

 

약한 이의 힘이 되어주는 것, 그들 속에 잠들어 있는 선의 가능성을 보고 그것을 호명하여 불러내는 것이야말로 믿는 이들 모두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우리 또한 그러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던져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주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모든 은혜를, 내가 무엇으로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시편 116:12)

 

주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누군가의 동료가 되는 것, 남들을 보살피는 것, 이웃의 짐을 함께 지는 것 말이다(아브라함 조수아 헤셸). 이웃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위’이다. 우리가 정녕 믿는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 배려와 심려야말로 우리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묘약이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까닭을 바울 사도는 더욱 간명하게 밝힌다. “그리스도께서도 자기에게 좋을 대로만 하지 않으셨습니다.”(15:3) 즉 그리스도는 사사로운 욕망에 굴복하지 않으셨다는 말이다. 예수님이 항상 당당하실 수 있었던 것은 사욕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좋을 대로 하지 않는 삶을 연습해야 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의 제자로 지어져 갈 것이다.

 

*기도*

 

하나님, 과거에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을 때에는 마을 전체가 연약한 지체들을 보살폈습니다. 그들에게 설 자리를 제공함으로 인간적 존엄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무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연약한 이들은 난폭하고 야비한 강자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연약한 이들을 보살피라 이르십니다. 그것은 악한 시대정신을 거스르며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길입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속에 주님의 숨을 불어넣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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