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새로봄(98)

 

상처를 무늬로 바꾸라

 

그는 말씀으로 큰 폭풍을 일으키시고, 물결을 산더미처럼 쌓으신다. 배들은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깊은 바다로 떨어진다. 그런 위기에서 그들은 얼이 빠지고 간담이 녹는다. 그들이 모두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흔들리니, 그들의 지혜가 모두 쓸모 없이 된다. 그러나 그들이 고난 가운데서 주님께 부르짖을 때에, 그들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주신다. 폭풍이 잠잠해지고, 물결도 잔잔해진다. 사방이 조용해지니 모두들 기뻐하고, 주님은 그들이 바라는 항구로 그들을 인도하여 주신다.(시편 107:23-30)

 

예기치 않은 풍랑이 우리 인생의 항해를 힘들게 만들곤 한다.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순간, 우리는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비통한 울음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향한 악다구니일 수도 있고,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압도적 시련을 겪는 이들의 절박한 처지를 시인은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말씀으로 큰 폭풍을 일으키시고, 물결을 산더미처럼 쌓으신다. 배들은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깊은 바다로 떨어진다. 그런 위기에서 그들은 얼이 빠지고 간담이 녹는다. 그들이 모두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흔들리니, 그들의 지혜가 모두 쓸모 없이 된다.”(시편 107:25-27)

 

얼이 빠지고 간담이 녹는 것 같은 상황,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혜가 모두 쓸모없게 되는 상황을 만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체념하고, 어떤 이는 생을 저주하고, 어떤 이는 파괴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 곤경의 순간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질병, 고통, 유한함의 자각, 죽음’ 등의 한계상황은 우리 실존의 비약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비본래적인 것에 팔렸던 마음을 되찾고, 본래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고통은 ‘복된 고통’이 된다. 

 

 

 

 

감나무 가지는 유난히 잘 부러진다. 감을 딸 때 가지를 꺾게 되는 데, 가지마다 입은 상처로 빗물 같은 것이 스며들어가면 검게 뭉쳐진 듯한 무늬가 만들어진다.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먹감나무의 무늬이다. 사람들은 그걸 귀하게 여겨 목공예 재료로 쓰기도 하고 고급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상처를 무늬로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믿음이 아니겠는가. 전우익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소나무는 상처를 관솔로 만들고 감나무는 아름다운 무늬로 만드는데 우리도 상처로 좌절하지 말고 상처를 딛고 보다 나은 사람, 보다 나은 민족이 되어야겠다고 여겨요."

 

삶은 본래 힘들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다. 삶이 힘겹다 하여 주저앉아 버리면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없다. 고통을 아름다운 노래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직간접적으로 우리를 보살피실 뿐만 아니라, 우리 속에 힘을 불어 넣어 상처를 무늬로 만들 수 있게 하신다. 흙을 빚어 아름다운 도자기를 빚는 도공처럼 고통과 슬픔의 재료를 가지고 아름다운 인격을 빚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고통의 바다를 비추는 등대의 불빛이 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고난 가운데서 주님께 부르짖을 때에, 그들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주신다. 폭풍이 잠잠해지고, 물결도 잔잔해진다. 사방이 조용해지니 모두들 기뻐하고, 주님은 그들이 바라는 항구로 그들을 인도하여 주신다.”(시편 107:28-30)

 

*기도*

 

하나님, 얼이 빠지고 간담이 녹는 것 같은 일을 만날 때마다 ‘우리가 참 작구나’ 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도 든든하게 우리를 지켜줄 줄 알았던 것들이 다 지푸라기 인형처럼 변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을 향해 눈을 듭니다. 자비롭고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고 한결같은 사랑과 진실이 풍성하신 하나님께 우리 삶을 맡길 때, 우리 마음은 잔잔해집니다. 풍랑이 지나갔다 하여 이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켜주시고, 소원의 항구로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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