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새로봄(116)

 

성스러운 단순성

 

자족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경건은 큰 이득을 줍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세상에 가지고 오지 않았으므로, 아무것도 가지고 떠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유혹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도 해로운 욕심에 떨어집니다. 이런 것들은 사람을 파멸과 멸망에 빠뜨립니다.(디모데전서 6:6-9)

 

바울 사도는 우리에게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물론 이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누릴 것을 다 누리고, 남이 누릴 몫까지 누리며 사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만족하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저질 코미디이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한 사람이 이 말을 하면 그것은 소중한 충고가 된다. 바울은 가난했다. 굶주린 때도 많았고 온갖 고난을 겪으며 살았다. 그러면서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자기 생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절대적 결핍 속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을 누리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유혹은 자족할 줄 모르는 마음에 깃드는 바이러스와 같다. “우리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입니다”(디모데전서 6:8). 평준화된 욕망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 말씀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누리라고 권하기도 한다. 짧은 인생을 너무 우울하게 살 것 없다고 말한다. 이 유혹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거미줄에 포획된 곤충 신세가 된다.

 

 

 

 

욕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낫다. 그럴 때 생은 선물이 된다. “하나님의 섭리는 언제나 정확하게 필요한 때에 우리를 찾아온다. 물론 필요 이상의 것은 주시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것은 결코 빠뜨리지 않으신다.” 교황 요한 23세가 한 말이다하나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시기에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꼭 필요한 것을 주신다. 그 때와 방법은 물론 그분께 속해 있다. 요한 23세는 풍요를 누리는 이들의 불행을 이렇게 요약한다

 

모자라는 것이 없이 풍요롭게 지내게 될 때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은 열병에 걸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처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계획들을 세우게 되고, 그때부터 가난하지만 만족스럽게 살던 성스러운 단순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성스러운 단순성을 잃어버릴 때 삶은 복잡해지고 그 아름답고 찬란하던 세상은 무채색으로 변한다. 바울은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유혹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도 해로운 욕심에 떨어집니다”(디모데전서 6:9)라고 말했다.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지만, 돈의 영향을 줄이며 살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돈을 좇다가 믿음에서 떠나 헤매는 사람이 많다. 노자는 "족함을 아는 사람은 부유하고, 힘써 행하는 자는 뜻이 있다”(도덕경 제33)고 말했다. 생명도, 건강도, 생의 기회도 다 하나님의 선물이다. 하나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할 때 우리는 이미 부자이다.

 

*기도*

 

하나님, 우리는 가끔 가난했던 시절을 낭만적으로 회상합니다. 궁핍했던 그 시대가 아름답게 회상되는 것은 현실의 비애로부터 거리를 확보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때에 비하면 정말 많은 것을 누리고 살지만 삶의 만족감은 한결 줄어들었습니다. 성스러운 단순성을 잃어버린 채 욕망의 진창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우리 눈을 열어 하나님의 광휘가 깃든 장엄한 세상을 보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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