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새로봄(117)

 

젖뗀 아이처럼

 

주님, 이제 내가 교만한 마음을 버렸습니다. 오만한 길에서 돌아섰습니다. 너무 큰 것을 가지려고 나서지 않으며, 분에 넘치는 놀라운 일을 이루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마음은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젖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있듯이, 내 영혼도 젖뗀 아이와 같습니다. 이스라엘아, 이제부터 영원히 오직 주님만을 의지하여라.(131:1-3)

 

나는 시름없고나 이제부터 시름없다/님이 나를 차지하사 나를 맞으셨네/님이 나를 가지셨네 몸도 낯도 다 버리네/내거라곤 다 버렸네 어음”. ‘믿음에 들어간 이의 노래이다. 언제 불러도 참 좋다진실한 믿음은 우리를 안식의 세계로 이끈다. 진실한 믿음은 하나님이 나를 차지하시도록 하는 것이다. 내 거라고 생각하던 것을 버리는 것이다

 

 히브리의 한 시인은 하나님께로 돌아간 영혼의 평안함을 "젖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있듯이 내 영혼도 젖뗀 아이와 같습니다"(2절)라고 노래하고 있다. 어머니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젖을 먹는 아기를 생각해 보라. 아기의 눈은 엄마의 눈을 응시한다. 엄마도 호수같이 맑은 아기의 눈을 사랑스레 바라본다. 아기와 엄마 사이에 무언의 교감이 일어난다. 아기는 한없이 자기를 사랑하는 엄마의 사랑을 온 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어느 결에 살포시 잠에 빠진다. 염려도 근심도 시름도 없다. 참 맛있는 잠이다

 

 

 

시인 김기택은 그런 아기의 잠을 이렇게 표현한다. "아기는 있는 힘을 다하여 잔다. 부드럽고 기름진 잠을 한순간도 흘리지 않는다. 젖처럼 깊이 빨아들인다." 시인의 감탄은 계속된다. "남김없이 잠을 비운 아기가 아침 햇빛을 받아 환하게 깨어난다. 밤사이 훌쩍 자란 풀잎같이 이불을 차고 일어난다. 밤새도록 잠에 씻기어 맑은 얼굴, 웃음말고는 다 잊어버린 얼굴이 한들거린다." 푹 자고 일어난 아기의 청신(淸新)한 얼굴은 생명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시편의 시인은 아기들의 그 거룩한 평안함을 자기가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 어머니의 품안에서 말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첫 번째 비결은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오만한 길에서 돌아서는 것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안팎에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교만과 오만이다. 교만은 "잘난 체하여 뽐내고 버릇이 없음"을 뜻하고, 오만은 "젠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태도가 있음"을 뜻한다. 이것보다 더 큰 영혼의 질병이 없다. 그것을 버릴 때 우리 영혼에 자유가 유입된다

 

두 번째 비결은 "너무 큰 것을 가지려고 나서지 않으며, 분에 넘치는 놀라운 일을 이루려고 하지 않는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소극적인 삶처럼 보인다. 우리는 큰 소리에 익숙하다. 세상은 우리에게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지레 자기에 대해서 절망하고 풀이 죽은 채 지내지는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 큰 꿈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남보다 앞서고,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 남보다 먼저 오르기 위해 자기 발 밑에 누가 밟히고 있는지도 돌아보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전락이 아닌가. 그런 이들은 승자처럼 보여도 실은 패자이다. 인간됨이라는 소명을 저버렸으니 말이다.

 

*기도*

 

하나님,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무지의 어둠을 물리쳐주십시오.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것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어둠이 짙게 밴 우리 마음은 심연을 향해 추락을 거듭합니다. 그 때문에 우리 마음은 시커멓게 멍이 들고 말았습니다. 때로는 교만함으로 때로는 비굴함으로 상처를 숨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빛 가운데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작음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크심 앞에 겸손히 엎드리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하늘 빛 고요를 우리 속에 심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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