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놓는 사람

김기석의 새로봄(127)

 

다리 놓는 사람

 

너희는 율법, 곧 율례와 법도를 기억하여라. 그것은 내가 호렙 산에서 내 종 모세를 시켜서, 온 이스라엘이 지키도록 이른 것이다. 주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겠다. 그가 아버지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고, 자녀의 마음을 아버지에게로 돌이킬 것이다. 돌이키지 아니하면, 내가 가서 이 땅에 저주를 내리겠다.(말라기 4:4-6)

 

신앙인은 다리 놓는 사람이어야 한다. 너와 나 사이에 무너진 다리를 놓아, 너는 나에게로 나는 너에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문장론은 ‘法古創新(법고창신)’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옛것을 모범으로 삼되 변화를 주어 새롭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을 인간관계에 적용해보면 젊은이들은 삶의 경험이 많은 어른들에게 여쭐 줄 알아야 경박함을 면할 수 있고,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고루함을 면할 수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세대 간의 갈등이 심각한 이 시대가 치유될 수 있을까?

 

말라기는 여호와의 날, 곧 심판의 날이 이르기 전에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보내실 것이라고 말한다. 엘리야는 과거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해방자 하나님을 등지고 풍요의 신을 섬길 때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끈 사람이다. 그가 와서 할 일을 말라기는 생각보다 소박하게 소개한다. “그가 아버지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고, 자녀의 마음을 아버지에게로 돌이킬 것이다. 돌이키지 아니하면, 내가 가서 이 땅에 저주를 내리겠다.”(말라기 4:6) 아버지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자녀의 마음을 아버지에게로 돌이키게 하는 것,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서로의 부름에 응답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보냄을 받은 자가 할 일이다.

 

말라기가 활동하던 시대에도 세대 간의 갈등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은 밀물처럼 몰려오는 헬레니즘 문화에 깊이 경도되어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것, 선진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과거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 신앙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낯선 타자처럼 바라보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가장 기본적인 관계가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십계명의 제5계명은 부모공경이 인간 윤리의 기본임을 가르친다.

 

 

 

 

 

박노해 시인의 시 <거룩한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를 노래한다. 서울에서 고학을 하던 그의 형은 방학이 되면 몸이 허약해져서 고향에 내려오곤 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안쓰러워 애지중지 기르던 암탉을 잡으셨다. 성호를 그은 뒤 손수 닭 모가지를 비틀고, 칼에 피를 묻혀가면서 맛있는 닭죽을 끓여 객지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아들에게 먹이셨던 것이다.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잡고 두려워 떨면서 그 살생을 지켜보곤 했던 시인은 어머니를 통해 배운 삶의 지혜를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은/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사랑은/가진 것이 없다고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사랑은/자신의 피와 능(能)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

 

부모의 마음이 자식에게로, 자식의 마음이 부모에게 향하고, 마침내 고마워하고 대견해하는 마음이 가족의 경계를 넘어 사회로 파급되기까지 온몸으로 불통 세상과 맞서는 노고가 필요하다. 담을 허무는 분으로 사셨던 주님이 우리에게 그 일을 함께 하자 부르신다.

 

*기도*

 

하나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을 우리는 날마다 실감하며 삽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 마음에 맞게 행동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런 바람이 무너질 때 서운한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적대감정을 품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을 소홀히 합니다. 부끄럽지만 이기적이고 편협한 우리 마음을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좁아진 마음을 넓혀 주시고, 더러워진 마음을 깨끗이 닦아 주십시오. 먼저 용서하고, 먼저 다가가고, 먼저 말을 건넬 용기를 우리 속에 심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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