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로의 초대

김기석의 새로봄(200)

 

공동체로의 초대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명하여, 모두들 떼를 지어 푸른 풀밭에 앉게 하셨다. 그들은 백 명씩 또는 쉰 명씩 떼를 지어 앉았다.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어서, 하늘을 쳐다보고 축복하신 다음에, 빵을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셨다. 그리고 그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빵 부스러기와 물고기 남은 것을 주워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빵을 먹은 사람은 남자 어른만도 오천 명이었다.(마가복음 6:39-44)

 

‘빈들’, ‘어둠’, ‘배고픔.’ 예수를 따라왔던 이들이 처한 상황이 딱하기는 하지만 제자들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유일한 해결책이 그들을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님의 생각은 달랐다. 주님은 영적으로나 육적으로 허기진 그들을 차마 그냥 돌려보내실 수 없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제자들은 그들을 먹이려면 적어도 200데나리온 어치의 빵이 필요한데, 그럴 돈도 없고 또 설사 있다 해도 빵을 구할 데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너희에게 빵이 얼마나 있느냐? 가서, 알아보아라.” 제자들은 그 말씀에 순종하여 알아본 후에 말한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 주님은 많다 적다 평가하지 않으시고 제자들을 시켜 무리들을 떼를 지어 푸른 풀밭에 앉게 하셨다. 무리들은 ‘백 명씩 또는 쉰 명씩’ 앉았다. 우리는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안다. 주님은 빵과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축사하신 후에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은 것을 거두니 열 두 광주리가 되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백 명씩 또는 쉰 명씩’ 떼를 지어 앉도록 하셨다는 대목이다. 배분의 편의를 위한 조치였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수님은 무리를 공동체로 초대하신 것이다. 라르쉬 공동체의 설립자인 장 바니에는 “공동체란 모든 사람이―아니 좀 더 현실적으로 보아 대다수가―자기중심이라는 그늘에서 빠져나와 참된 사랑의 빛 속으로 들어가는 장소”(<공동체와 성장>, 17쪽)라고 말했다. 무리는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기는 하지만 역사 변혁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공동체에 속한 사람은 다르다. 그들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함께 느끼고 괴로워하고, 서로의 필요에 응답한다. 공동체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소속감을 회복시켜 준다. 공동체는 우리의 새로운 고향이다.

 

예수님은 자칫하면 익명성 속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을 공동체로 초대하신 것이다. 그들은 광야에서 사랑의 기적을 함께 체험한 사람들이 되었다. 함께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깨닫자 내면의 어둠이 스러지고 상처가 아물었다. 현대인들은 익명의 대중이 되어 살아간다. 외로움은 당연한 귀결이다. 적대적인 눈빛, 경계하는 눈빛들이 우리 가슴에 자꾸만 생채기를 낸다. 주님은 익명의 대중들이 경계심을 풀고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공동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입구임을 보여주셨다.

 

*기도

 

하나님,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 제자들은 당황했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들은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기에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의 가능성이 그칠 때 하나님의 가능성이 열림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외로운 세상이지만 곁에 선 이들의 손을 붙잡아 주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순례를 멈추지 않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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