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이 달라지면

김기석의 새로봄(184)

 

지향이 달라지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여러분에게 지금 다시 일어난 것을 보고,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사실, 여러분은 나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나타낼 기회가 없었던 것입니다. 내가 궁핍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빌립보서 4:10-13)

 

세계적인 성악가 호세 카레라스는 경력의 절정기인 40대 초반에 백혈병에 걸렸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그는 살려주시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겠다는 기도를 올렸다. 힘겨운 화학치료를 견뎌야 했지만 그는 결국 회복되었다. 그는 자기 재산을 다 정리해서 백혈병 재단을 만들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고통과 시련을 통해 그는 재물과 명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고, 십자가의 의미를 깊이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지향이 달라지면 삶의 빛깔도 달라진다.

 

 

 

 

 

립보 교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바울은 행여라도 사람들이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말한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빌립보서 4:11-12) 바울은 어떤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의지적인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다.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다. 자꾸만 뭘 먹어도 헛헛증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위胃가 비었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에 안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마음에 닻을 내렸기에 바울은 이런저런 시련의 바람에 나부끼지 않는다.

 

바울이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본래적인 것과 비본래적인 것을 분별하는 능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몸과 마음은 외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널뛰기를 하게 마련이다.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법석을 떤다. 어지간한 거리는 차를 타고 가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조금만 불편해도 불평을 토해낸다. 편리함과 안락함에 중독된 이들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이미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의 사람들을 가리켜 ‘길손과 나그네’라고 말했다(히브리서 11:13). 그들은 하늘의 고향을 찾는 이들이다.

 

하늘 고향을 찾는 이들은 자기 욕망 위에 집을 짓지 않는다. 자기 삶을 누군가를 위한 선물로 기꺼이 내준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빌립보서 4:13)는 구절은 '그도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으니, 나도 할 수 있다' 류의 적극적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류의 사고에서 강조되는 것은 자기 강화의 욕망이다. 하지만 바울은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은혜 안에서 타자들에게 자신을 유보 없이 선물로 내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도

 

하나님, 연거푸 다가오는 시련은 삶의 의욕과 용기를 깎아내립니다. 이래저래 시르죽어 지내다 보면 영문을 알 수 없는 원한 감정이 우리를 사로잡기도 합니다. ‘어떤 처지에서든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는 바울 사도의 말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그 확고하고도 담백한 고백 속에서 한 자유인의 초상을 봅니다. 그런 흔쾌한 자유를 누리고 싶습니다. 욕망의 활화산 위에 인생의 집을 짓는 어리석은 자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내주며 살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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