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연의 아기자기(26)

 

워킹맘과 육아빠의 세계로

 

 

8월 3일, 약 13개월의 육아휴직을 접고 복직을 했다. 그 전날 마음이 참 복잡했다.

 

돌아보면,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시간이었음에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과 또 오늘의 무수한 반복이 지겨울 때도 있었다. 누구든 한 아이를 키우면서 감당해야 할 일정한 일은, 어제했다고 오늘 안 할 수 없었고, 내일 몫을 오늘 해 둘 수도 없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육아의 9할을 이제 내일이면 남편이 맡는다. 나는 사실상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1할을 맡게 될 테다. 그리하여 언제나 똑같기만 했던 오늘이었는데, 그 오늘이 오늘은 (실제로는 똑같은데도 마음으로는) 괜히 더 특별했다.

 

무엇보다, 나의 복직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손 치더라도 (그러나 엄연한 우리의 선택이었다) 남편과 이루에게 무척이나 미안하다. 남편은 내일도 변함없이 반복될 ‘오늘’의 일과를 (둘이 하다 혼자) 감당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다. 오죽하면 스스로도 ‘우울증’에 걸릴까 걱정된다고 말할까. 미안하면서도 걱정이 돼서 내일 출근해서 일에 집중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육아의 짐을 “아주 많이” 덜 수 있게 돼 홀가분한 마음으로, 또 일 중심적인 본성이 드러나 숨어 있던 열정이 마구 샘솟아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하지만, 며칠 전부터 (엄마의 복직에 대해) 얘기해서 알 건 다 알 듯한 이루에게 미안한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루가 기대며 지내 온 세상의 한 축이 갑자기 빠지는 일이니 분명 스트레스를 받을 테고, 당분간 짜증과 떼가 늘어서 아빠가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복직을 앞둔 부모들에게 하는 조언들을 찾아보고 나름 지키려고 하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고, 걱정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아는데도 어느새 ‘걱정’은 마음 한 편 비집고 들어와 보란 듯이 자리를 잡고 있다.

 

주말에는 무조건 남편을 집밖으로 내보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해줄 작정이다. 주말에는 무조건 이루와 함께할 작정이다. (물론 남편이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하면 내가 이루를 데리고 나가거나,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가고 싶다 하면 그것도 오케이! 주말에 내가 아프면? 그땐 염치 불구하고 교회 식구들에게 SOS를….)

 

주로 여성이 주 양육자인 우리 사회에서 남성들은 퇴근을 한 후 혹은 주말에 자신을 한 아이를 기르는 양육자라고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야근이 잦고, 새벽같이 출근하느라 주말에 밀린 잠이라도 자야만 다시 생계 전선에 뛰어들 힘을 얻을 수 있는 게 더 야박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정시 출퇴근이 가능하기에, 그리고 내가 주 양육자라고 생각했을 때 바깥일을 하는 배우자가 이 정도는 해 주길 바라기에 아직은 결심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래도 좀 기특하다고 생각되는 이런 결심을 해 본다.

 

아, 그리고 이 글이 육아일기의 마지막 글이다. 역시 마음이 복잡하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연대, 우정의 손을 내미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보라고 하신 꽃자리 출판사 대표님의 제안에 선뜻 글을 쓰겠다고 했다. 그 덕분에 저 멀리 유럽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기도 했고, 늘 댓글로 응원해 주시는 분도 만났고,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우리 이루가 커 가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하지만 특별하거나 본받을 만한 내용이 아닌 그저 평범하고 또 평범한 내용들로만 글을 채워서, 혹시 뭔가 도움을 받기를 기대했던 분들이 있었다면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기에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제대로 남편 흉 한 번 보는 글을 써 보라고 한 친구도 있었는데, 기회를 만들지 못해 그 또한 아쉬운 마음이다.^^

 

편집자의 바람/ 이제 못내 하지 못했던 이야기, 아빠가 이어서 쓰면 어떨까 ^^

뭐, ‘김은석의 좌충우돌’ 쯤 ㅎㅎ, 걍 ‘바람’이다,

 

이종연/IVP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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