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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73

기투와 비상 하루 한 생각(51) 기투와 비상 쏟아진다. 막힘없이 쏟아져 내린다. 급전직하(急轉直下), 아찔한 곤두박질이다. 목양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보면 뭔가가 창밖으로 쏟아질 때가 있다. 따로 눈길을 주지 않아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잠깐의 흐름이 창문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이다. 빛인지 그림자인지 분간하기는 힘들지만, 폭포수가 떨어지듯 뭔가 빗금을 긋고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빗금을 따라가면 어김없이 그 끝에 참새들이 있다. 비단 떨어질 때만이 아니다. 솟아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빛인지 그림자인지가 수직상승을 한다. 그것은 위로 긋는 빗금이어서 잠깐 사이에 창문에서 사라진다. 참새들이다. 목양실은 2층에 있어 바로 위가 옥상이고, 아래층엔 긴 담벼락과 소나무가 있다. 옥상에 있던 참새들이 .. 2019. 2. 17.
먹먹함 하루 한 생각(50) 먹먹함 ‘가버나움’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상영하는 곳이 많지 않아 극장을 찾는 수고를 해야 했다. ‘먹먹하다’는 말은 그럴 때 쓰는 말이지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옆에 앉은 여자는 어느 순간부턴가 내내 울면서 영화를 봤다. 여자의 훌쩍임이 화면과 섞여 먹먹함을 더하게 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승강기를 기다릴 때였다. “뭘 먹을까?” 데이트를 하지 싶은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을 때, 여자가 대답을 했다. “저녁을 먹는 것도 사치인 것 같아.” 도무지 허구 같아서 먹먹한. 그런데도 허구가 아니라서 더 먹먹한. -한희철 목사 2019. 2. 17.
사박사박 하루 한 생각(49) 사박사박 전남 곡성군 입면 탑동마을, 평생을 흙 일구며 살아오신 할머니들이 우연한 기회에 한글을 배우게 되었다. 한글 공부는 시로 이어졌다. 인적 끊긴지 오래된 묵논처럼 평생을 묵혔으니 툭툭 하는 말이, 슥슥 지나가는 생각들이 모두 시일지 모르겠다 싶은데 역시나 웅숭깊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영화 '시인할매' 스틸 컷 (사진=이종은 감독 제공) - CBS 노컷뉴스 윤금순 할머니(82)가 쓴 에선 눈이 내린다. 잘 살았다, 잘 견뎠다, 펑펑 내린다. 내가 골(글) 쓰는 걸 영감한테 자랑하고 십다 여 함 보이소 내 이름 쓴 거 비지예(보이지요) 내 이름은 강금연 칼라카이 영감이 없네 서툴게 적은 글을 누군가 시라 .. 2019.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