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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42

역지사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84)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영어로 옮기면 ’understand’가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이해’를 뜻하는 ‘understand’가 ‘under’라는 말과 ‘stand’라는 말이 합해진 것이라 하니 말이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를 판단하지 말라.”는 북미원주민들의 속담도 마찬가지다. 남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을 경계한다. 어떤 사람이 말을 타고 지나가던 중 한 마을에서 묵게 되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가죽신발 한 짝이 없더란다. 할 수 없이 낡은 고무신 한 짝을 얻어 신고 길을 나서게 되었는데, 그가 말을 타고 지나가자 동네에는 말다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시작은 아무래도 고무신을 본 사람이었을 것이다... 2019. 3. 24.
다 살아지데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83) 다 살아지데요 아직은 젊은 사람. 도시를 피해, 도시가 요구하는 삶의 방식을 피해 시골로 들어가 둥지를 틀 듯 땀으로 집을 지었다. 집이 주인을 닮은 건지, 주인이 집을 닮은 건지, 동네 언덕배기 저수지 옆 그럴듯한 집이 들어섰다. 창문 밖으로 벼들이 익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그는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으리라 싶었다. 나무를 깎고, 글을 쓰고, 종이로 작품을 만들고, 닭을 키우고, 아이들 등하교 시키고, 소박한 삶을 살던 그에게서 어느 날 전해진 소식은 참으로 허망한 소식이었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닭을 잡고 있는 동안 집이 홀라당 불탔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숟가락 하나 건지질 못했다고 했다. 살림도구며, 작품이며,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허무 위에 주저앉을 때.. 2019.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