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9/03/292

사랑을 한다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샐각(89) 사랑을 한다면 화장실 변기 옆에 시집 몇 권이 있다. 변기에 오래 앉아있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니라는데, 잠깐 사이 읽는 한 두 편의 시가, 서너 줄의 문장이 마음에 닿을 때가 있다. 시(詩) 또한 마음의 배설(排泄)이라면, 두 배설은 그럴 듯이 어울리는 것이다. 변기 옆에 놓여 있는 시집 중의 하나가 이다. 이대흠 시집인데, 구수한 사투리며, 농익은 생각이며,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중의 하나가 ‘성스러운 밤’이었다. 삼십 년 넘게 객지를 떠돌아다니다 갯일에 노가다에 쉰 넘어 제주도에 집 한칸 장만한 홀아비 만수 형님이 칠순의 부모를 모셨는데, 기분이 좋아 술 잔뜩 마시고 새벽녘에 들어오던 날, 그 때까지 도란거리던 노인들이 중늙은이 된 아들놈 잠자리까지 챙겨놔서.. 2019. 3. 29.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88) 길 창밖 동쪽으로 집 한 채를 새로 짓고 있다. 연립주택이지 싶은데 몇 층까지 올리는 것인지 제법 높이 솟아올라, 창 하나를 거반 다 가렸다. 창을 통해 내다볼 수 있었던 하늘이 조금 좁아지게 되었다. 저렇게 높은 건물이 서면 달라지는 것은 풍경만은 아닐 것이다. 바람의 길도 달라질 것이다. 바람에게 어디 정해진 길이 따로 있을까만, 이후로 바람은 자연스레 저 건물을 비켜 지나갈 것이다. 새들의 길도 달라질 것이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날아나던 공간을 이제부터는 조심해서 날아야 한다. 익숙한 대로 날다간 벽에 부딪치고 말 일, 더 높이 비상하여 지나든 옆으로 돌아가든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우리가 당연한 듯 어떤 일을 할 때에도, 누군가는 그 일로 인하여 다른 선택을 해야 .. 2019.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