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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2

개구리 함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6) 개구리 함정 시간이 지나가도 잊히지 않는 일들이 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마음속 뿌리라도 내린 듯 오래 남는 기억들이 있다. 잊힌 듯 묻혀 있다가도 어느 순간 불쑥 떠오르곤 한다. 때를 기다려 눈을 뜨는 땅속 씨앗들처럼. 그런 점에서 따뜻한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진짜 부자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 가족들과 나눈 따뜻한 기억 몇 가지가 평생 우리를 지켜준다.’ 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말도 그런 의미 아닐까 싶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억 중에는 초등학교 때 일이 있다. 그날따라 종례시간에 들어온 선생님의 얼굴은 무거워 보였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 집에 늦게 가야겠다며 밖으로 나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잡아오라고 했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것은 이미 땅이.. 2019. 4. 15.
떨어진 손톱을 집으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5) 떨어진 손톱을 집으며 책상 위에서 손톱을 깎으면 잘린 손톱이 이리저리 튄다. 펼쳐놓은 종이 위로 얌전히 내려앉는 것들도 있거니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 숨는 것들도 있다. 손톱이 잘리는 것도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배제의 아픔일지, 사방으로 튀는 손톱은 비명을 지르는 것도 같다. 손톱을 깎고 나면 눈에 보이는 손톱을 찾아 치우느라 치우지만 때로는 뒤늦게 발견되는 손톱이 있다. 뒤늦게 발견된 손톱을 치우기 위해 취하는 동작이 있다. 두 번째 손가락 끝으로 꾹 누른다. 꾹 눌러 손톱을 들어 올린다. 들어 올린 손톱이 떨어지면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손톱을 누른다. 누른 만큼, 손가락 끝에 박힌 만큼 손톱은 달라붙는다. 내게서 멀어진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2019.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