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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2

묵묵히 깊이 뿌리를 내리는 대나무 신동숙의 글밭(29) 묵묵히 깊이 뿌리를 내리는 대나무 링링, 타파, 미탁. 지난 가을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의 이름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바람이 크게 불고, 강수량이 많았던 가을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강변 마을 인근에도 침수를 우려한 차량 대피 안내방송이 나올 정도로 세 번의 태풍은 태화강의 많은 생명들을 거세게 지우며 지나갔습니다. 물이 빠져나간 태화강변. 그동안의 수고로운 손길을 뿌리 치듯 남은 것이라곤, 뿌리까지 뽑혀 쓰러진 나무들, 진흙탕이 된 강변둑, 심지어는 껍질이 벗겨지듯 바닥이 뜯겨져 나간 산책로의 허망한 모습들 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속수무책. 올해 가을 비로소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행사 지구가 가을 국화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반면, 상류 지역은 중장비.. 2019. 12. 11.
해바라기의 미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8) 해바라기의 미덕 예배당 마당으로 들어서는 입구, 빈 화분걸이가 걸려 있는 담장 곁으로 해바라기가 서 있다. 푸른 이파리 끝 노랗게 피었던 해바라기가 온통 진한 갈색으로 변한 채 겨울을 맞는다. 사라지기 전 먼저 찾아오는 것이 빛깔을 잃어버리는 것, 저물어가는 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바라기의 시간이 다 끝났구나 싶은데,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해바라기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 참새들이 찾아든다. 참새들이 해바라기를 찾아오는 길을 나는 안다. 별관 꼭대기 옥상에 앉아 있던 참새들이 쏟아지듯 먼저 내려앉는 곳은 해바라기 건너편에 서 있는 소나무, 딴청을 피우듯 소나무에 앉아 숨을 고른 뒤에야 폴짝 참새들은 해바라기를.. 2019.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