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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52

코로나가 지피는, 마음의 온기 신동숙의 글밭(90) 코로나가 지피는, 마음의 온기 대문 밖 돌담 밑으로 어제 내놓은 폐지가 그대로 있다. 십 년이 넘도록 이 마을에 살아오면서 이런 적은 거의 없다. 언제나 내놓기가 바쁘게 사라지곤 하던, 마을의 어르신들에겐 인기 만점의 폐지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도심의 분위기에선 이상할 것도 없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언제나 낡고 녹이 슬은 자전거 뒷자리에, 노랗고 커다란 플라스틱 빈 바케스를 벗처럼 태우고서, 휘적휘적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시던 키가 크고 삐쩍 마르신 할아버지는 괜찮으실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강 건너에 살고 계시는 친정 엄마께는 주일날 교회에 가시지 않도록 단단히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잖아도 토요일날 오후 늦게 같은 목장의 목녀.. 2020. 2. 24.
예수와 다른 교주 신동숙의 글밭(89) 예수와 다른 교주 예수는 무릎을 꿇어 앉아, 제자들의 발을 일일이 씻깁니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너희를 섬기며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가서 서로 사랑하라 하십니다. 하나님과 이웃을 내 목숨처럼 사랑하라 하십니다. 그러나, 교주는 자기 자신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어 앉게 합니다. 그리고 내가 너희에게 지령한 것 같이 너희는 가서 세상과 이웃을 사랑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퍼뜨리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섬김의 사랑이 아니라면 무슨 소용이 있는지요. 예수는 병든 자를 고치고, 진흙을 이겨 눈에 바른 소경이 눈을 뜨게 하고, 혈우병의 여인이 예수의 옷자락을 잡고 나음을 받게 하며, 구원을 받았다 함을 두고 ㅡ 너희의 믿음이 너희를 구원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 2020. 2. 23.
잃어버린 마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7) 잃어버린 마음 서재에서 책을 찾다가 낡은 서류봉투를 발견했다. 발견했다기보다는 책장에 놓여 있던 봉투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가 기억나지 않아 열어보았더니 봉투 안에는 몇 가지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예전에 어머니가 전해주신 봉투였다. 1984년 감신대 학사 및 석사학위 수여식 순서지, 1987년 5월 2일 결혼식 청첩장, 1988년 단강교회 성전 및 목사관 봉헌예배 순서지, 단강초등학교 학생들이 백악관을 배경으로 찍은 미국방문 사진이 1면에 실린 2001년 5월 미주한국일보, 단강마을 이야기를 담은 책 에 관한 인터뷰가 실린 2012년 1월 13일자 한 일간지, 지난 시간 소중했던 일들에 대한 자료가 담겨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중요하다 싶은 날에.. 2020. 2. 23.
코로나 덕에 사랑은 더욱 따뜻합니다 신동숙의 글밭(88) 코로나 덕에 사랑은 더욱 따뜻합니다 어제는 나라 전체가 코로나와 신천지 얘기였습니다.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병원에서 도망쳐 나오려던 한 명의 신천지 신도와 이를 막아서려던 의료진들 사이에 몸싸움까지 일어난 일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코로나보다 더 답답하고 황당했던 것은 신천지 주도층의 위기 상황 대응 능력이었습니다. 전교인에게 내린 지령이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잘못된 경우를 벗어난 경우입니다. 신천지측은 확진자가 예배에 참석치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지시하고, 전교인들의 입을 봉쇄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작전은 역학 조사와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서 하루도 못가서 전국민에게 들통이 나게 되었습니다. 청도의 이만희 교주 친형의 장례식 참석부터 하나 둘 구멍이 뚫리기 시.. 2020. 2. 22.
왜 빈자리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6) 왜 빈자리를 “우리는 작은 교회인데 목사님께 말씀을 청해도 될까요?” 한 목사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는 무조건 가겠다고 했고, 그래서 날짜를 정해 말씀을 나누러 영월을 다녀왔다. 예배당이 인상적일 만큼 예뻤다. 외진 시골마을에 아름답게 자리 잡은 예배당은 왠지 모를 위로로 다가왔다. 예배를 드리는 첫 시간, 목사님이 염려한 대로 모인 인원은 적었다. 그 점이 자꾸 마음에 걸렸는지, 찬양을 인도하면서도 강사를 소개하면서도 목사님은 아쉬움과 송구함을 거듭 표했다. 말씀을 나누는 시간, 이제 더 이상 그런 이야기는 하지도 말고, 생각도 하지 말자며 오래 된 경험 하나를 이야기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긴 가뭄 끝에 비가 왔다. 하필 비가 온 때가 주일 새벽이었다. .. 2020. 2. 22.
생각은 마음의 그림자 신동숙의 글밭(87) 생각은 마음의 그림자 우리의 내면에는 대상과 마주치는 찰라에 거울에 비추듯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한 마음이 있습니다. 곧이어 생각이 그림자처럼 뒤따릅니다. 종종 그 생각은 마음을 지우는 지우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라면서 받아온 교육으로 인해 습관화 되고 규격화 된 생각에 비하면 마음은 시시하고 싱겁게 보이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 순간 기도로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림자가 된 생각에게 그 첫마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온 나라가 코로나에 촉각을 곤두 세우며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 소식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신천지 측의 대응방법입니다.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과 교인들의 입을 봉쇄시킨 일입니다. 세상을 향해 귀는 열어놓되 흔.. 2020. 2. 21.
남은 자의 몫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5) 남은 자의 몫 한 달에 한 번 찾아가 예배를 드리는 회사가 있다. 오래 전부터 이어오는 모임인데, 점심시간 회의실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바쁜 시간을 쪼개 예배하는 모습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정릉에서 회사까지는 40여 분 시간이 걸린다. 도중에 길이 막히면 시간을 장담할 수가 없어 대개는 여유를 두고 길을 나선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을 하면 잠깐 들르는 곳이 있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보름산미술관’이다. ‘보름산미술관’은 이름만큼이나 정겹고 평온한 공간이다. 참나무 주변으로 찻집을 겸하고 있는 건물도 그렇고, 그보다는 손님을 맞는 주인장 내외가 그렇다. 두 달을 굶듯 건너뛰고 이번 달에는 들를 시간이 되었다. 미술관 앞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 2020. 2. 21.
못다한 말들이 가슴에 소복이 쌓이면 신동숙의 글밭(86) 못다한 말들이 가슴에 소복이 쌓이면 못다한 말들이 가슴에 소복이 쌓이면,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걸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앞으로 단 한 걸음 내딛기도, 단 한 줄의 말을 꺼내기에도 힘에 부칩니다. 그럴때면, 말 할 줄을 몰라서 하염없이 바라보던 유년 시절의 하늘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언제나 푸른빛 가을 하늘입니다. 그대로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거둡니다. 가슴 한 복판에 예수의 마음을 품고서, 한 점 해처럼 달처럼 별빛처럼 떠올려봅니다. 추운 날 아침, 십원짜리 동전을 들고서 뛰어 올라가던 산비탈길 점방 앞에 발그레한 연탄불처럼 예수는 언제나 따뜻하게 반깁니다. 얼었던 눈이 녹듯, 메마른 샘에서 물이 차오르듯 울컥 흐릅니다. 그대로 눈물이 되어 흐르면, 한 순간 나는 봄이 됩.. 2020. 2. 20.
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신동숙의 글밭(85) 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꽃에게 이름이 있는 것처럼 꽃에도 마음이 있다면 감사꽃 믿음꽃 소망꽃 인내꽃 사랑꽃 행복꽃 그러니 아름답게 피어나지 세상의 모든 좋은 마음은 꽃의 마음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좋은 마음 모으면 꽃으로 활짝 피어날거야 그 꽃은 바로 너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 미소꽃 2020.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