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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52

“이런 교회는 무너지는 게 순리다” “이런 교회는 무너지는 게 순리다” 폴 틸리히는 신앙이란 궁극적 관심에 사로잡힌 상태라 했다. 사로잡힘은 주체적으로 조장할 수도 없고 물리칠 수도 없다. 불가항력이다. 그래서 사로잡힘은 마치 교통사고처럼 다가온다. 그렇게 느닷없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예수에게 사로잡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본다. 사로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일심으로 달리긴 했다. 돌아보면 갈짓자 걸음이었지만, 그래도 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다. 다가섰다 싶은 순간 멀어지고, 멀어졌다 싶은 순간 다가오는 길, 탄생에서 죽음으로 이어진 그 길이 참 힘겹다. 한국교회가 위기다. 아무리 뻔뻔한 사람이라 해도 이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시적인 위기라면 좋겠는데, 그게 그.. 2020. 2. 14.
겨울나무에게 신동숙의 글밭(80) 겨울나무에게 봄을 품고서 겨울을 지나오셨네요 한 순간도 땅에 내려놓은 적 없이 그 춥고 먼 길을 묵묵히 한결같은 걸음으로 그 사랑 잊지 않을게요 내 작은 가슴에 고이 품고서 고운 꽃으로 피어나 연두빛 무성한 새순이 돋으면 앙상한 겨울나무님, 이제는 우리가 당신을 품을게요 봄 여름 가을을 우리 함께 나란히 걸어가요 2020. 2. 14.
종들의 모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9) 종들의 모임 새해 들어 시작한 모임 중에 ‘신앙강좌’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믿음의 보편성과 깊이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두 번째 시간, 지강유철 전도사님으로부터 장기려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의 저자, 누구보다 장기려 선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줄 적임자라 여겨졌다. 거기에 더해 장기려를 아는 이들이 안타까울 만큼 적었다. 강의 전 잠깐 차 한 잔을 나누는 시간,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장기려 선생이 교회를 떠나 마지막으로 향했던 ‘종들의 모임’이 어떤 곳인지가 궁금했었다. 들려준 이야기 중 마음 깊이 와 닿은 대목이 있었다. 장기려는 대뜸 기존의 교회를 등지고 종.. 2020. 2. 14.
자화상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8) 자화상 인우재를 다녀오는 길에 그림 한 점을 가져왔다. 오랫동안 인우재에 걸어두었던 그림인데, 비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액자 안에 습기가 찼다. 아무래도 표구를 다시 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먼지를 닦으며 그림을 마주하니 옛 일이 떠오른다. 오래 전 일이다. 김정권 형이 목회를 하던 신림교회를 찾은 일이 있다. 새해를 맞으며 드리는 임원헌신예배에 말씀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예배를 마쳤을 때, 정권 형이 화가 이야기를 했다. 인근에 젊은 화가가 사는데, 한 번 만나러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기꺼이 동행을 했고, 그렇게 김만근이라는 화가를 만나게 되었다. 수북이 쌓인 눈길을 뚫고 당도한 그의 집은 치악산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보아도 허름하고 허술한 농.. 2020. 2. 13.
가난, 내 영혼의 떨림으로 다가온 신동숙의 글밭(79) 가난, 내 영혼의 떨림으로 다가온 빛나는 새옷을 사달라고 조르면 엄마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라고 말씀하신다 나보다 못 입은 사람은 엄마 없는 아이, 집 없는 노숙인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자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무소유'로 받은 첫 인세비 50만원을 봉투째 장준하 선생의 부인에게 건네시며 뒤도 안돌아보고 가시던, 돌아가시던 이 세상의 마지막 날 처음으로 길상사에서 밤을 보내신 산골 오두막의 법정 스님 누더기옷 성철 스님 사막의 교부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지하방에서 살아가는 나처럼 가난하지만 행복한 영혼들 고층 아파트의 부유함 속에서도 마음이 가난한 영혼들 10억 인세비를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 하시며, 돌아가시기까지 마을 .. 2020. 2. 13.
김기석 목사님의 365일 날숨과 들숨(1, 2, 3)을 어떻게 읽을까 신동숙의 글밭(78) 김기석 목사님의 365일 날숨과 들숨(1, 2, 3)을 어떻게 읽을까 제가 읽으며 마음에 자유를 얻는 방법 하나를 공유해드립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그러다가 많은 분량 앞에 자칫 의무감으로 빠질 수 있기에, 늘 새롭게 읽을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소개해드립니다. 글을 읽는 행위 그 자체로 읽는 마음에 자유함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론 선택도 어디까지나 자유입니다. 자유로우신 하나님의 자유 안에서, 자유롭게 순간마다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을 선택해서 읽다 보면, 그 글숲 산책길이 자연스레 진리 안에서 자유로운 사랑의 순례길로 아름답게 흐를 테니까요. - 1월~12월 날짜별 목차에서, 1. 그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을 고릅니다.(책장 앞에 선 듯) 2. 목차.. 2020. 2. 12.
생명을 지키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7) 생명을 지키면 두 주 전부터 예배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는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노란색 꽃을 피운 화분이었는데, 저만치 떨어져 볼 때 그 꽃이 생화인지 조화인지 모를 만큼 꽃을 가득 피워 올린 상태였다. 일부러 다가가서 보니 분재였다. 구불구불 비틀어진 몸이 저가 견뎌낸 세월이 얼마쯤일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꽃을 보니 영춘화였다. 정릉교회 담장을 따라 여인의 긴 머리카락처럼 늘어져 있는 영춘화가 화분에 활짝 피어 있었다. 예배드리러 오는 교우들에게 어서 오라며 환한 웃음을 건네는 것 같이 빙긋 웃음이 났다. 꽃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마침 지나가던 홍 권사님이 내게로 다가왔다. 조경 일을 하면서 정릉교회 조경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권사님이다. 분재는 권사님이 가.. 2020. 2. 11.
코로나 바이러스와 기생충 신동숙의 글밭(77) 코로나 바이러스와 기생충 2020년 2월 10일, 하루 동안 한국 영화 '기생충'이 미국의 영화제인 오스카에서 4관왕을 받은 일로 온종일 포스팅이 된 날이다. 내 페친으로는 기독교 목사님, 찬양사역자, 불교 승려, 천주교 신부님과 수녀님, 학자, 언론인, 작가, 시인, 농업인, 기업인, 자영업자, 주부 등 거의 각계 각층에 걸쳐서 다양하게 계신다. 페북 연령 제한으로 미성년자 외에는 연령과 계층을 불문해서 초월해 있다. 간혹, 나쁜 포스팅을 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거주 지역도 전 지구에 걸쳐져 있어서 드물게 댓글로 소통하시는 페친 중에는 미국, 하와이, 사우디까지 확장되어 있다. 이렇게 페이스북과 온라인 매체의 전파력과 소통력은 이미 우리들 일상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다. 페친을 맺.. 2020. 2. 11.
한우충동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6) 한우충동 책을 읽다가 ‘한우충동’(汗牛充棟)이라는 말을 만났다. 낯설어서 찾아보니 ‘棟’이 ‘용마루 동’이었다. ‘소가 땀을 흘리고 대들보까지 가득 찬다.’는 뜻으로, 책을 수레에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리고 집에 쌓으면 대들보까지 닿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만큼 지니고 있는 책이 많은 것을 비유하는 말이었다. (글을 쓰며 피식 웃음이 났던 것은 ‘한우충동’이 ‘한우를 먹고 싶은 충동’은 아니었군, 생뚱맞은 생각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어디 한우충동을 부러워할 일이겠는가? 한두 권이라도, 한두 줄이라도 내 것으로 삼아 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터, 아무리 집안 가득 책을 쌓아두어도 그것이 내 삶과 상관이 없다면 책은 무용지물, 다만 나를 꾸며줄 액세서리일 뿐이다. 성경책.. 2020.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