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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52

볼펜 한 자루의 대한독립 신동숙의 글밭(212) 볼펜 한 자루의 대한독립 외국에 있는 벗에게 보낼 선물을 고르는 일에는 이왕이면 한국산을 고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먼 타향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고국에서 온 것이라면 더 소중하고, 때론 작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선물 하나가 마중물이 되어서, 마치 고향의 산과 들을 본 듯 그만큼 반가울 수도 있는 일이다. 멀리 있기에 아름다운 달과 별처럼 작고 단순한 물건이 그리운 제 나라의 얼굴이 되고 체온이 될 수도 있기에, 좋은 한국산 볼펜과 잉크펜을 찾기로 했다. 북쪽 나라에 부치던 윤동주의 귀여운 조개껍질처럼, '울언니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질'에서 물소리 바닷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일이다. 한동안 찾았으나 좋은 한국산 볼펜과 잉크펜을 고르는 일이 순조롭지 못한 이유를 곰곰이 .. 2020. 8. 15.
해가 서산을 넘으면 한희철의 얘기마을(55) 해가 서산을 넘으면 해가 서산을 넘으면 이내 땅거미가 깔립니다. 기우는 하루해가 갈수록 짧습니다.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면 예배당 십자가에 불을 밝힙니다. 털털거리는 경운기에 하루의 피곤을 싣고 어둠 밟고 돌아오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따뜻한 기운으로 그들을 맞고 싶기 때문입니다. 떠나가고 없는 식구들 웃음처럼, 따뜻한 불빛처럼, 땀 밴 하루의 수고를 맞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매일 저녁, 해가 서산을 넘으면 깔려드는 땅거미를 따라 예배당 꼭대기 십자가에 불을 밝힙니다. - (1990년) 2020.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