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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92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신동숙의 글밭(215)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그 사람을 마음으로 떠올리면 그 사람은 사라지고빈탕한 허공만 보인다 자사(子思)의 중용(中庸)에서 그는 하늘을 꿰뚫어 보고 부처의 중도(中道)에서그는 하늘을 똑바로 보고 기독교의 성경에서그는 하늘을 알아보고 젊은 노비 청년에게서그는 하늘을 살피어 보고 그 어른은 치매가 와도하늘을 우러러보며 "아바지"만 부르더라 숨을 거두던 마지막 순간에도하얀 수염 난 입에선 "아바지"로이 땅에 씨알 같은 마침표를 찍고 탐진치의 거짓 자아인 제나를 비움으로투명해진 참자아인 얼나를 통하여 보이는 건 맑은 하늘 뿐 그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하늘이기에그가 거하는 곳은 이 땅을 채우는 없는 듯 계시는 하늘이기에 그의 움직임은 춤사위가 되고제소리는 하늘.. 2020. 8. 19.
아픔 배인 삶 한희철의 얘기마을(59) 아픔 배인 삶 “이적지 살아온 얘기 전부 역그문 책 서너 권도 넘을 게유. 근데 얘기 할려문 자꾸 자꾸 눈물이 나와. 그래 얘기 못 허지.” 뭉뚝 뭉뚝 더듬어 이야기하는 할머니의 팔십여 평생, 굽이굽이 아픔 배인 삶입니다. 어쩌면 그리도 삶은 할머니 한 평생의 삶을 눈물과 한숨으로 물들였는지. 진득한 기쁨으로부턴 늘 그만한 거리로 격리돼 온 백발의 삶이 아립니다. “그래도 할머닌 밝게 사시잖아요?”“속상한 일 있을 적마다 꿀꺽 꿀꺽 삼켜 썩혔지. 이적지 남 미워하지 않구 살았어.” 삶이 얼마나 단순한 것이며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덤덤한 이야기 끝 끝내 소매로 눈물 훔치는 할머니를 통해 배웁니다. - (1990년) 2020.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