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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82

부자와 빈자 한희철의 얘기마을(67) 부자와 빈자 저승길 심판관 앞에 한 부자가 섰다. 세상 살 때 그러했듯 부자는 위세가 당당했다. 그를 본 심판관이 말했다. “불쌍한 인생아, 너는 부유했지만 네 부의 기초는 다른 이의 눈물이었다. 괴롬의 방으로 가거라.” 부자는 힘없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역시 부자였던 이가 몹시 두려운 빛으로 섰다. 심판관이 말했다. “위로 받을 지라, 인생아. 네 부의 기초는 네 땀이었다. 땀이 네게 부를 주었을 때 넌 괴로워했다. 어느 게 네 몫이며 어느 게 나눌 몫인지를. 위로의 방으로 가라.” 부자에게 내리는 판결을 본 한 빈자가 다행스런 얼굴로 심판관 앞에 섰다. 한동안 빈자의 얼굴을 쳐다볼 뿐 말이 없던 심판관이 입을 열었다. “어리석은지고, 그댄 가난했지만 오직 너를 위해 가.. 2020. 8. 28.
안거(安居), 안전 수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신동숙의 글밭(220) 안거(安居), 안전 수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손톱 끝에 초승달인가 싶더니 성실한 달이 오늘은 하얀 반달로 떴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은, 하늘과 땅을 꿰뚫는, 가운데 중(中)의 한 획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반쪽이 있음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나머지 반쪽을 헤아리려 저절로 아득해지는 마음은 보름달 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이 순간 하얀 반달처럼 눈이 맑은 벗이 곁에 있다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픈 아니 서로가 아무 말없이 저 달을 바라보며 고요히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을 귀뚜라미 소리 순하게 들려오는 여름밤이다. 깨어 있는 낮의 하루와 조금 있으면 잠자리에 들 나머지 반쪽의 하루, 그 사이 어디쯤에 이렇게 머물러 있는 교차의 시간은 왠지 나그네의 마음을 쓸쓸.. 2020.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