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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2

공부 한희철의 얘기마을(166) 공부 교회 구석진 공간 새로 만든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빼꼼 들여다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종순이였습니다. “목사님 뭐 해요?” 열린 창문을 통해 발돋움을 하고선 종순이가 묻습니다. “응, 공부한다.” 그러자 종순이가 이내 눈이 둥그레져 묻습니다. “목사님두 공부해요?” 공부는 자기 같은 아이들만 하는 것으로 알았나 봅니다. “그럼,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하는 거야.” 고개를 갸우뚱, 종순이가 돌아섭니다. 그런 종순이를 내다보며 미안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농사일에 책 볼 겨를이라곤 없을 종순이 엄마 아빠 종순이에겐 미안하기도 했고, 종순이를 위해서라면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 (1992년) 2020. 12. 7.
뿌리에서 올라오는 향기 신동숙의 글밭(289) 뿌리에서 올라오는 향기 나무 꼬챙이로 흙을 파며 놀거나 귀한 잡초를 몰라 보고 뿌리채 뽑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게중에 유난히 뽑히지 않는 게 민들레 뿌리입니다. 땅 속으로 깊이 내려가는 하나의 굵다란 뿌리를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뻗친 잔가지들이 잘 다져진 땅 속 흙을 온몸으로 부둥켜 끌어 안고 있는 민들레 뿌리의 그 강인한 생명력과 사투를 벌이다 보면 엉덩방아를 찧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호미나 삽으로 흙을 더 깊이 파 내려가기도 합니다. 흙을 깊이 팔수록 흙에서 올라오는 깊은 향기가 있습니다. 흙내와 엉킨 뿌리에서 올라오는 깊은 근원의 향기가 있습니다. 그 흙내와 뿌리의 향기 앞에서 무장해제 되지 않을 생명이 있을까요? 한 해 살이 식물의 가장 끝향기가 꽃이라면, .. 2020.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