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한희철의 얘기마을(206)


벌거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박유승 作 / 아담과 하와-둘째 만남  


성경 말씀 중 새삼 귀하게 여겨지는 말씀이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결혼식 주례를 맡으며 생각하게 된 말씀입니다.


‘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하니라.’(창 2:25) 


공동번역성서에는 ‘아담 내외는 알몸이면서도 서로 부끄러운 줄을 몰랐다.’고 옮겼습니다.


벌거벗었으면서도, 알몸이면서도 서로 부끄럽지 않았다는, 처음 인간이 누렸던 순전한 기쁨. 아무 것으로 가리지 않아도, 감추거나 변명하지 않아도, 있는 모습 그대로 마주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지극한 아름다움.


감추고 숨기고 꾸미고, 그런 것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겐 얼마나 낯선 말인지요. 

벌거벗고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관계들을 꿈꿔 봅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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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한 사발

신동숙의 글밭(312)


떡국 한 사발



소고기 조각 구름 걷어내고

계란 지단 구름 걷어내고


흙으로 빚은 조선 막사발로 

투명한 하늘과 바다를 조금만 떠서


두 손 모아 하나 되는 찰라

해를 닮은 흰떡 한 움큼 넣고 팔팔 끓이면


떡국의 가난과 맑음은 얼벗 되어 

다정히 손을 잡고서 놓치 않아


정월달 아침이면 해처럼 떠올라

둥근 입속으로 저문다


새해는 깊고 어둔 가슴에서 떠올라

웃음처럼 나이도 한 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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